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고 김용균씨 49재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범국민 추모제가 열린 광화문광장까지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는 팻말을 든 김용균상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춰라. 우리가 김용균이다”고 외쳤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엊그제 사고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어느덧 49재가 됐다”며 “49재는 이승과 작별하고 저승으로 가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냉동고에 놔둬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비참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미숙씨는 "쳐다보기에도 아까운 아들, 아직 다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용균이가 일했던 험악한 현장 상태와 너무도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 아들을 생각하면 내 가슴에 맺힌 한은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중 무엇 하나 이룬 게 없다"며 "비정규직을 없애야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서민도 사람답게 살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죽음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나올 수 있도록, 다시는 자식을 잃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도록 만들어 달라고 이곳으로 왔다"며 "정부가 진실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모제 뒤 노동자들과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청와대를 향해 걸으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고 김용균씨 유가족과는 언제든 만나겠다”며 “설 전에 잘 모셨으면(장례를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고 김용균씨 장례를 설 전에 치를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정규직 전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이날 면담은 80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당연하다”며 “필요한 입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탄력근로제 문제에 대해 그는 “노동계가 지적하는 우려를 알고 있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 없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을 걱정한다”고 우려했다.
김용균씨 49재 "아직도 시신 냉동고에, 비참하다"
대통령 면담 요구하며 행진 … 문 대통령, 양대 노총 위원장 만나 "유가족과 언제든 만나겠다"
- 기자명 연윤정
- 입력 2019.01.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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