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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기로 얻은 대기업 경쟁력 흔들, 구조개혁 시급"박상인 서울대 교수, 정부 경제정책 비판 … 한국산업노동학회 노동단체 의제개발 워크숍
▲ 배혜정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섰다. 최근 생산·투자·소비·고용 등 경제지표 전반의 부진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몰아간 보수야당과 재계, 일부 언론의 아우성을 반영한 결과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나빠진 경제·고용사정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조업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에 눈감고 본질적이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력산업인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내놓진 않고 만만한 최저임금을 가지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노중기) 주관으로 열린 '사회적 대화 참가 노동단체 주체역량 강화 및 의제개발을 위한 연속 워크숍' 3회차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정책담당자들이 워크숍에 함께했다.

제조업 경쟁력 위기, 해법은 재벌개혁

박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 위기의 본질을 정부가 주도하는 재벌 중심 체제에서 찾았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내부거래·전속거래, 재벌 세습이 재벌단위 경제블록화를 만들어 내면서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가 2015년까지 수익률이 높았다. 현대차 관계자한테 고수익률의 원천이 뭐냐고 물었더니 '회장님 리더십'이라고 하더라. 그 리더십이란 게 바로 단가 후려치기 아닌가."

박 교수는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기를 하면 혁신 여력이 없는 1·2차 벤더는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싸게 만들 수밖에 없다"며 "그게 현대차 경쟁력의 원천이었다"고 꼬집었다.

기술혁신보다는 하청업체 쥐어짜기로 경쟁력을 키운 현대차가 얻은 대가가 최근의 실적 부진이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전기차·미래차같이 자동차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조업 부품업계에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 현대차 경쟁력은 미국·유럽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경쟁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어 "재벌대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과 중소기업과의 격차 심화로 청년실업, 이른 퇴직, 자영업 몰락, 노인 빈곤의 경제적 생애주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역할 대전환'을 주문했다. 재벌 중심 경제블록화를 해소해 공정경쟁과 혁신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박 교수는 "청와대의 현실경제 인식 자체가 안이하다"며 "제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내년에도 한국 경제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 과감한 재벌개혁 어젠다 던져야"

박 교수는 재벌개혁·노동개혁 동시 추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대-중소기업 격차를 해소하려면 임금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민주노총도 '우리는 임금체계를 개편할 테니, 함께 재벌개혁을 하자'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용세습 문제와 관련해 "(노동계가) 문제가 있다면 치부를 드러내고 자아비판을 하면서, 더 심각한 문제인 재벌세습을 뿌리 뽑자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한발 앞서 과감한 재벌개혁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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