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강사직군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잡월드측은 직접고용 계획이 자회사 고용으로 바뀐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4개월 만에 직접고용 뒤집고 “자회사 설립”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잡월드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2018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공개했다.

잡월드는 사업계획서에서 ‘전시체험관 위탁용역 운영관리’ 사업과 관련해 “위탁용역 운영관리를 통한 서비스 품질향상 및 직접고용 사업추진을 통한 운영근로자 처우개선”을 목표로 명시했다.

잡월드는 “위탁운영에 따른 전시체험관 운영의 적시성 부족 및 운영위탁사 교체 시기마다 운영 위험부담 증가”라고 평가한 뒤 “위탁사업계약 만료에 따른 직접고용 추진 검토 및 시행”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용역업체가 자주 바뀌면서 전시체험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잡월드는 4개월 뒤인 4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을 결정했다. 잡월드 용역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전시체험관 강사들은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분회장 박영희)를 결성해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잡월드는 자회사 출범시기를 올해 12월로 보고 있다. 최근 강사직군과 고객센터직군, 전산직군을 제외하고는 자회사 입사를 위한 서류전형을 마쳤다. 다음달 3일부터는 강사직군과 고객센터직군, 전산직군의 자회사 채용전형을 시작한다. 잡월드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채용전형에 응하지 않으면 공개경쟁채용을 한다는 방침이다.

잡월드 "직접고용 결정한 적 없다"

잡월드는 사업계획서상 직접고용에서 자회사를 통한 고용으로 방향을 바꾼 것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잡월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그해 8월 말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시작했는데 수개월간 방향설정을 못했다”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맞춰 사업계획서에 (충분한 검토 없이) 직접고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4차 노사전문가협의회부터 강사직군이 참여하고, 노동부 파견 컨설팅단 자문을 받으면서 자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다. 잡월드 관계자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여러 모델 중 사업이 지속가능하고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모델로 자회사 설립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잡월드분회측은 "충분한 검토 없이 자회사 고용으로 결정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영희 분회장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다가 3월 중순께부터 3주간 자회사 얘기를 하더니 강사직군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으로 결론을 내릴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직접고용을 추진하는 다른 노동부 산하기관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고, 당사자들과의 논의도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이용득 의원은 “잡월드 사업계획서를 보면 위탁운영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직접고용 추진계획을 마련했는데도 핵심업무의 자회사화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론 내렸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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