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공공운수노조 총력 투쟁대회' 무대에 잡월드 직업체험강사 150여명이 무대에 올랐다. <진짜 사장이 나와라>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이날 파업을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영희(49·사진) 잡월드분회장은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지금 당장 직접고용해 달라는 게 아니다”며 “한 번도 제대로 협의한 적이 없으니 이제 협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의 직업관 형성과 진로설계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종합직업체험관이다. 2012년 개관했다. 직업체험강사 275명은 모두 용역업체 소속이다. 개관 당시부터 강사로 일한 박영희 분회장은 에너지연구소 연구원·레스토랑 셰프, 신문사·증권사 직원, 수술실 의사 등 여러 직업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이날도 최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직업인 물리치료사 복장을 하고 나왔다.

박 분회장은 “매년 12월에 재계약이 안 되면 어떡하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원청과 소통이 안 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체험관에 기계가 고장 나 수리를 요청하거나 수업에 사용하는 공구 교환을 요구해도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러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듣고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박 분회장은 “강사직군을 제외한 소수 다른 직군이 먼저 1~3차 협의를 했고 4차 때부터 참여했는데, 이미 자회사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굳어져 있었다”며 “짜여진 각본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 고용노동부에 노·사·전문가 협의가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중재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지만 협의기구에서 알아서 논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협의기구는 4월 자회사 전환을 결정했다. 박 분회장은 “그때는 방관하더니 협의안이 나오고 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자회사 설립추진 일정이 공지됐다. 현재 일하는 강사들이 11월에 자회사 지원원서를 내지 않으면 회사는 12월에 공개 경쟁채용을 한다.

“지난 노동부 장관도 외면했고 새로 온 장관도 의지가 없다면 저희는 해고되겠죠. 현장에서 잘못되고 있다면 청와대가 대답해 줘야 합니다. 기관장이 책임지고 다시 논의하도록 그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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