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연간 15조원 규모로 성장한 배달대행앱 시장. 업계 1위인 '바로고'는 라이더(배달기사)만 3만여명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4천500억원 수준이다. 월평균 배송건수만 200만건이 넘는다. 그렇다면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떨까.

배달노동자를 위한 노조를 준비 중인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에서 배달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18개 배달대행업체와 6개 일반요식업체 배달노동자 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배달대행업체의 노동조건은 맥도날드나 롯데리아·버거킹 같은 햄버거업체보다 열악했다. 햄버거업체의 경우 직영은 본사가 직접고용하거나 가맹점에서 계약직으로 채용 후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바로고 같은 배달대행업체는 특수고용 형태다. 햄버거업체 오토바이는 회사 소유인 반면 배달대행업체 오토바이는 배달노동자 개인 소유이거나 회사 소개로 리스를 한 것이다. 햄버거업체는 4대 보험과 오토바이보험을 적용하지만 배달대행업체는 산재보험만 적용하거나 오토바이보험만 적용했다.

햄버거업체 시간당 보수는 최저임금보다 400원 많고(버거킹은 500원), 점심식대로 햄버거를 준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건당 평균 3천원(거리에 비례) 수준이다. 최근에는 햄버거업계가 배달대행업체에 딜리버리 서비스를 외주화하는 경향도 보인다.

소속 업체에 따라 노동조건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궂은 날씨에 보호장비 없이 노출되는 작업환경은 비슷했다. 지난여름에 토시나 아이스스카프 같은 폭염 대비 물품을 받은 노동자는 23.6%에 그쳤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별도로 받은 노동자는 9%에 불과했다. 폭염 수당을 받은 노동자도 9%에 머물렀다.

"폭우나 폭설에도 배달을 해야 한다"고 답한 노동자는 30.8%였다. 헬멧을 비롯한 보호용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절반에 가까운 45.4%였다.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 관계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노동안전 사각지대가 넓어졌다"며 "배달노동자와 배달대행업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강제성 있는 배달노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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