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노조가 지난달 21일 KTX 해고승무원 특별채용에 합의했다. 2006년 코레일 외주업체인 KTX관광레저에서 해고돼 12년 넘게 코레일 직접고용을 요구한 KTX 해고승무원들의 투쟁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아직도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KTX 승무업무를 도급하고 있다. 코레일이 KTX 승무원 간접고용을 고수하면 생명·안전업무 외주화 문제와 불법파견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분리도급 불가능한 열차승무업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호영·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KTX 승무원 무엇이 이들의 직접고용을 가로막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KTX 승무원 업무는 업무 성질상 분리도급이 불가능하다”며 “독립적인 사업단위를 위탁한 것이 아니고 애초에 분리될 수 없는 승무업무의 일부를 인위적으로 분리한 것이어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KTX 열차에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1명과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 2명이 탑승한다. 3명이 388미터 길이 18량 고속열차에서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송해야 한다. 그런데 열차팀장은 승무원 2명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코레일이 승무업무를 자회사에 도급을 줬기 때문이다. 원청이 도급업체 노동자의 업무수행에 관여하면 위장도급이 된다. 철도여객사업은 파견금지업종에 해당해 불법파견이 된다.

우지연 변호사는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KTX 판결을 거래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며 “코레일의 법 위반을 눈감아 준 것이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KTX 승무원 사건을 “공공부문 민영화와 관련한 여러 쟁점이 관계된 사안에서 철도공사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것으로 인정”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쟁점이었던 도급과 파견의 구분이 아니라 공공부문 민영화를 언급한 것은 법률적 재량을 일탈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우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업무를 위장도급한 현실을 인정하라”며 “기형적 고용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 무의지·국토부 무지휘·청와대 무관심

박세증 노조 정책실장은 “자회사 하청승무원들은 코레일 정규직인 열차팀장과 같은 열차에 탑승해 같은 업무를 하지만 임금은 절반이고 노동시간은 더 길다”며 “코레일은 위장도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만들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는 승무업무 직접고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전문가 위원들이 코레일 자회사 업무가 생명·안전 업무인지, 직접고용이 필요한 업무인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자회사 업무에 대한 판단을 노사가 내리지 못하고 전문가 손에 맡겼다”며 “24일께 전문가 조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레일은 안전업무 외주화를 중단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국토교통부는 지휘하지 않고, 청와대는 무관심한 가운데 승무원 직접고용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며 “행정적 절차인 기능조정을 핑계로 자회사 직접고용이라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는 국토부는 승무원이 승객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