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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을 비판하는 법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벌써 세상은 한여름이다. 노동존중의 세상이 온 것도 아닌데 날씨만 잽싸다. 어느새 문재인 정부도 1년이 지났다. 박근혜 심판을 위한 촛불혁명 계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말해 왔다. 비정규 노동자 권리도, 노조활동도,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도 그동안 이 나라에서 노동자권리와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데서 그는 자신의 공약을 저버리기 위한 어떤 핑계도 찾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의 말을 쫓기에 바빴다. 지난 1년 동안 이 나라에서 노조·노동운동은 그에 기대서 행동해 왔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비난을 받다니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꾸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이고 실업률이 악화됐다니 안쓰럽다. 분명히 그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공약을 잊지 않았다고 믿기에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름 노력을 다하고 있건만 내가 너무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지난 주말 유세장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몰려나와 시위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법 개정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한 모양이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의결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최저임금법 개정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2월28일에도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는데 이를 두고서도 한동안 노동자들의 항의행동이 있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근래에 노동자들이 했던 대표적인 비판행동은 주 52시간 노동시간단축법과 함께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행동이 있기 전에는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질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이 나라 노조운동의 일로 아는 모양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2.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비판에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공약한 대통령답게 이렇게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해서 말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부실 통계에 근거한 주장이라며 기업 입장에 선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서 최하위 20%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를 외면하고서 취업 근로자의 소득만을 가지고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 효과를 발생한 것으로 대통령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보고 있자면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노동자권리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 때문에 사용자 자본과 그 대변자들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정을 지지할 수는 없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법 개정을 찬성할 수가 없다. 물론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안으로 국회에 발의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원내대표 홍영표를 비롯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함으로써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해서 처리했던 것이고, 이 법안의 입법 논의에서 노골적으로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왔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히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그에 따라 최저임금법이 개정됐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고 해도 그의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하게 되면 그만큼 최저임금은 삭감된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삭감이 우리 현실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이런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했던 것일 텐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나는 모르겠다. 어째서 인상이 긍정적이라고 했다가 삭감이 긍정적이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법 개정이 있은 직후에 청와대 논의에서 한 말이니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이라면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법 개정에 반대해야 한다. 그것을 대한민국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소신에 따라 행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분명히 헌법이 제도적으로 그가 소신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건만 하지 않았다. 그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가 했던 것처럼 말만하고 말았다. 그는 신념을 지킬 수 있었건만, 최저임금 삭감은 부정적 효과가 90%라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었건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는 최저임금법을 비판해서 행동하지 않았다.

3. 대한민국은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 비율이 17.4%로 높은 편에 속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높은 최저임금 인상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자 비율은 그만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저임금제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는 걸 말한다.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 사용자는 노동자 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하고서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에서 요구되는 것은 정부 개입이다. 노동자를 감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노동자를 사용하도록 압박하고 유인하는 일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정부는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노동시장은 폐쇄적이지 않다. 수백만의 외국 노동자들이 우리 노동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에 따른 이러한 공급 확대는 결국 시장에 맡겨 놓아서는 우리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자로 추락할 수밖에 없게 한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은 당연하다. 오늘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는 재난적 수준이다. 이러한 수준임에도 분노의 행동 없이 침묵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당장 국가는 재난 수준의 대응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없다.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은 박근혜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유사한 노동시장 정책을 조금 더하는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상황은 질적으로 나아질 수가 없다. 조속히 국내외 경제사정이 호전되기만 기다릴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실현한다는 것은 자칫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에 따른 비난 공세가 쏟아질 텐데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게 된다면 어렵지 않게 2020년까지 1만원의 최저임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묘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노동자를 기망하는 것이다. 기존 최저임금법령의 최저임금 수준을 전제로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공약했던 것이지, 그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서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하고서 노동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결국 표를 준 노동자들은 배신당했다. 이제 노동자들은 임금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을 비판하는 법을 찾아야 할 때다.

4. 우리의 경우 아르바이트·파트타임·임시직 등이 아닌 상시 근무의 노동자들은 상여금 지급은 일반적이다. 연간 몇 백 %의 상여금 지급이 대부분의 채용공고에 기재돼 있다. 그리고 앞에서 본 것처럼 이 나라는 저임금 노동자 투성이다.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않을지라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자신의 임금 수준이 정해진 노동자가 너무도 많다. 심지어 노조가 있는 사업장, 그래서 해마다 임금 등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사업장 노동자들도 이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래서 오늘 최저임금법 개정이 이 나라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정하는 그야말로 최저 한도의 임금 수준을 말한다. 그걸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으로 하는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그보다 나은 수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헌법과 노동법에서 정하고 있음에도 그런 거라면 그 나라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사용자 자본을 위한 나라인 것이다. 노사 대등결정이 보장되지 않는 근로계약, 사용자가 작성·변경의 권한을 가진 취업규칙에 의해 노동자가 노예인 나라인 것이다. 이런 나라를 두고서 아무리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말해 봐야 소용없다. 노동자는 행동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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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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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개미 2018-06-12 09:50:23

    취업규칙에 의해 "노동자가 노예"로 살지않고 당당하게 사는 방법은 노동의 대가인 돈을 올리려 하지말고 노동의 가치를 높이면 그 노동자는 사용자 앞에서 당당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사용자는 많다.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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