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올해 7월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한다. 교대제·연중무휴 사업장이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기타공공기관과 34개 예산비수반기관에 주무부처 협의만으로 인력증원이 가능한 자율정원제 시행 지침을 내려보냈다. 그런데도 실질적인 인력증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정부에 "적극적인 인력증원 메시지"를 요구했다. 기재부가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달 중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기관별 실태조사를 한다.

노동시간단축 관련 긴급 노정협의

2일 오전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와 기재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단축 관련 긴급 노정협의를 갖고 인력증원 문제를 논의했다. 공대위는 “대규모 인력확충이 없으면 노동시간 초과·무임금 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인력증원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기재부에 노동시간단축 관련 기관별 실태조사를 하고, 이달 안에 노정협의를 하자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문제 심각성에 공감하며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교대제근무·연중무휴 운영·민원서비스 사업장이다. 가스·철도·공항·방역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통상근무자와 교대근무자로 구성돼 있다. 4조3교대로 일하는 교대근무자의 실노동시간은 주 38.5시간이다. 각종 휴가나 교육·행사로 인해 연평균 36일 이상 대신근무가 발생해 주 52시간 초과 노동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공공운수노조는 현행 4조3교대에 교대근무 1개조(254명)를 추가해 5조3교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조3교대제로 운영하면 연간 노동시간이 458시간(55일) 감소한다.

전국 120개 도축장에서 도축검사를 하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검사원들은 상시 24시간 운영하는 도축장으로 인해 지속적인 초과노동에 시달린다. 전국 20만 축산농가를 방문해 가축 시료(혈액) 채취와 예찰 같은 현장방역업무를 하는 방역사도 장시간 노동과 고강도 노동에 노출된 직군이다. 구제역·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지속발생으로 심야·공휴일에도 일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변칙 교대제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은 4조3교대로 일하는 반면 승객보안검색 하청 노동자 대다수는 3조2교대로 일한다. 하청업체들은 최근 노동시간단축에 대비해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12조8교대제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근무조를 세분화해 조별 인원을 줄이고 예비인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추가 채용 없이 대체근로를 최소화해 인건비만 절감시키겠다는 속셈이다.

“기재부, 주무부처에 인력증원 시그널 줘야”

기재부는 최근 기타공공기관과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34개 예산비수반기관에 자율정원제 시행 입장을 밝혔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공공기관 중 경영평가점수가 높은 곳을 골라 3년간 기재부와 협의 없이 주무부처 협의를 통해 인력증원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증원에 소극적이다.

정윤희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기재부 지침에도 각 기관·주무부처가 기재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때 인센티브 등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던 기재부가 인력증원 문제는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그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기재부가 제시해야 함에도 자율정원제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통일된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결국 예산이 없는 곳은 노동시간단축이 시행돼도 인력증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동시간단축으로 인력증원·예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관별 업무 특성에 따른 현황을 조사해 필요한 인력과 소요예산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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