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한석호

잊지 말아야 한다. 한상균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 우리가 우리의 아들 또는 딸과 단란한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그의 딸과 아들은 아빠 나올 날을 이제나저제나 손꼽아 헤아리며 애태우고 있다. 한상균이 어서 빨리 나와 가족 품에 안기도록 양대 노총은 함께 공조해야 한다.

또 잊지 말아야 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득중은 한 달 넘게 단식을 했다. 32일차인 1일 네 번째 단식을 중단했다.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 청와대 앞, 그리고 전국 쌍용자동차 영업소 앞에서 각계각층이 1인 시위를 하며 연대의 꽃을 피우고 있다.

세상은 온통 봄꽃 천지다.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난다. 다들 봄꽃을 만끽한다. 잠시나마 팍팍한 세상살이를 잊는 낙이다. 그 즐거움 뒤에, 한상균의 다짐을 보태면 좋지 않을까 싶다. 어떤 봄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연대의 꽃이다. 감옥의 한상균은 3월28일 저녁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여기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한다. 쌍용자동차 불매운동 하자는 주장이 목젖까지 올라오지만, 아직은 아닌 듯해서 꾹 참는다.

사랑한다 지부장! 힘내자 김득중! 창살이 흔들리도록 불러보는데 들리는지 모르겠구나. 이곳까지 찾아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돌아서던 뒷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비열한 희망고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있는 동지들이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생명의 끈을 놓아 버리지는 않을까, 긴장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느라 극한의 고통도 잊고 있을 지부장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초인적인 신념으로 뼈까지 녹아내리는 하루하루를 포개고 있음을 알고 있는 해고노동자 모두는 다시 또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으리라 믿는다. 출근전쟁이 끝난 텅 빈 도로를 걸으면서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공장을 바라보는 서글픈 모습이 보여서 슬프구나.

오늘 2차 결의대회는 힘차게 치렀는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벼랑 끝을 헤매고 있을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연대의 함성이 함께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봄꽃보다 아름다운 연대의 꽃은 쌍차 투쟁의 전부였기에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네.

나도 행사시간에 맞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팔뚝질을 했다네. 피눈물로 보낸 10년의 세월을 반드시 끝내겠다는 결의의 함성이 들려오니 사무치도록 그리운 동지들 얼굴이 방 안 가득했다네. 함께한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동지가>를 부르면서 밤을 지새울 것이네.

피도 눈물도 없는 쌍용자동차가 변명·협박·이간질로 비열한 작태를 보여 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네.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인데 말일세. 기업윤리가 그 회사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세계적 추세를 외면하는 쌍용차는 여전히 2009년에 멈춰 있으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짓밟힌 쌍용차를 포함한 많은 사업장의 국가폭력 문제를 밝혀내고 원죄를 묻고 해결하는 것은 촛불정부의 당연한 책무인데 더디기만 하구려. 노동존중 사회를 핵심기조로 한다는 문재인 정권의 진정성을 노동자·민중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네.

지난 두 정권과 김앤장을 뒷배로 둔 쌍용차는 사실상 무권리 노동현장을 만든 수혜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네. 항소심 재판에서 정리해고는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자 당황했던 회사가 며칠 지나지 않아 야릇한 미소를 흘린 이유는 마힌드라 자문을 맡은 김앤장이 걱정할 것 없다는 신호를 줬을 거라 생각하네. 노동자를 적대시했던 박근혜 정권이 권력의 눈치나 보는 대법원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니 말일세.

이명박이 구속되던 날 29명의 한 맺힌 영혼에게 보고드렸더니 기뻐하시더군. 한 가지 보고를 더 드렸다네. 정리해고가 도입된 지 20년, 해고는 살인이다 외친 지 10년, 야만의 세월이 쌓여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개헌 문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물론 정리해고가 철폐되는 것도 아니고 업무방해·불법파업·손배가압류·가정파괴로 이어지는 악법을 철폐하는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처럼 쌍차 투쟁은 한국 사회 노·자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니만큼 힘을 내세나. 그 중심에 지혜롭고 건강한 지부장 동지가 있어야 함을 한시라도 잊지 마시게나. 하오니 오늘부터 단식투쟁은 조합원이 이어 가게 하고 지부장은 복식에 집중해 주길 바라네.

조합원 중에 이어 갈 동지가 많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갇힌 이 몸이 이어 가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으니 너무 나무라지 마소. 세상과 단절된 담장 안이지만 동지를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은 동지들 곁으로 보낼 수 있을 걸세.

건강회복에 전념 또 전념해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길 바라네. 사랑의 힘, 연대의 힘을 믿고, 사랑한다 득중아! 투쟁! 미안하다 지부장! 투쟁!

2018년 3월28일 화성에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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