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한국노총 조합원이 국회 인근 집회에서 과로사 근절과 노동시간단축을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와 여당이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주휴일에 노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한 경영상 필요나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을 하게 되면 대체휴일을 주는 방안이다.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논란을 없애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긴급한 경영·공공 안정에 필요하면 예외
공휴일에 일하면 별도 유급휴가 보장


<매일노동뉴스>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출된 고용노동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다. 노동부는 답보상태에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여당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당 환노위원들에게 근기법 개정 검토안을 보냈다.

현행 근기법 55조(휴일)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주휴일)을 줘야 한다. 사용자는 휴일에 일한 노동자에게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노동부는 검토안에서 근기법이 보장한 유급휴일에 일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대표가 서면합의하거나, 재난구호·지진복구·방역활동처럼 공공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예외적으로 주휴일 노동을 허용한다. 주휴일 노동을 하면 사용자는 2주 안에 노동자에게 대체휴일을 줘야 한다. 금전보상을 하지 않고 휴식으로 보상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대통령령(근기법 시행령)에 위임한다. 예외적이지 않은데도 주휴일에 노동을 시키거나 대체휴일을 부여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를 올해 8월(300인 이상 사업장), 2020년 1월(50~299인), 2021년 7월(5~49인)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여야 간사단 합의 내용과 같다. 주휴일 노동 금지는 주 52시간 근무가 전면 시행되는 2021년 7월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검토안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근기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명시하지 않아도 민간부문 노동자들이 빨간날에 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휴일 노동 금지 조항과 달리 공휴일 노동은 허용된다. 공휴일에 일한 노동자에게는 유급휴일을 별도로 줘야 한다.

일요일 노동 금지한 독일과 유사

노동부 검토안은 독일의 근로시간법과 비슷하다. 독일은 일요일과 법정휴일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긴급구조·병원·국방·숙박 업무, 예술·종교행사, 여가사업, 언론사, 전력·수도공급 사업 등 16개 사업·업무는 예외를 인정한다.

예외를 인정받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일요일이나 법정휴일에 일하면 각각 2주와 8주 안에 대체휴가를 준다. 휴일노동 금지·대체휴가 조항을 어기면 한국 돈으로 최대 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노동부 검토안은 독일과 다르게 휴일노동 금지 예외 대상이 단순하다. 독일은 일요일을 휴일로 지정한 반면 우리나라 근기법은 주휴일(유급휴일)의 요일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업종이나 근무형태 등 특성에 맞게 유급휴일을 지정하기 때문에 독일처럼 예외 사업이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검토안을 시행하게 되면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노동자들이 휴일에 아예 일을 하지 않거나 일을 하더라도 대체휴일을 보장받으면 된다.

노동부 검토안이 정부가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성남시 환경미화원 사건)을 앞두고 있는 데다, 노동자들이 연장·휴일근로수당 반환소송을 잇따라 제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부 검토안이 여당 단일안으로 채택되거나 노동계 동의를 받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시간단축 방향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김학태·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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