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목격자들이 사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가 시행 중인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에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시작으로 대형 산업재해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부터 산재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겠다며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들을 돕는 지역 노동계는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시스템이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은 '노동자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상담을 해 주겠다'는 것 외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고 트라우마를 예방하려면 초기 대응 때부터 심리치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이 받은 충격과 불안감을 고려하기보다는 사고 조사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들이 2차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해도 늑장 처리되고, 심지어 "공단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는 피해 사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로 산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공단 관계자가 "1만명 중에 1명 정도로 인정되는 질병이다. 가능성 없는 산재신청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 노동자들이 정부가 지정한 트라우마 상담소 문턱을 넘기란 더 힘들다. 실제 사고 초반 피해 노동자들을 상담했던 거제보건소는 고용문제를 상담하는 노동자에게 "그건 우리 담당이 아니다"며 답변을 회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건설일용직이다보니 트라우마보다 고용상 불이익을 심각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받으려고 해도 상담시간이 근무시간과 겹치는 데다, 일을 쉬고 갔을 때 비용 문제에 관한 안내를 해 주지도 않는다.

이은주 활동가는 "산재 피해 노동자들에게는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산재처리부터 고용·임금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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