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장관님, 사인 좀…."

30대 청년 두 명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인을 해 달라"며 수첩을 내밀었다. 김 장관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두 청년은 26일 오전 노동행정 관행과 제도개선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 앞에 세워진 서울현장노동청을 찾은 이들이다. 건설업체에서 일한다는 하아무개씨와 유아무개씨는 김 장관에게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건설현장에 안전보건관리비가 부족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현장노동청에는 이들뿐만 아니라 시간선택제 전환지원금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직장맘,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정부 관심을 주문한 직장인, 문화재 경비인력 운용정책 제안을 한 노동자들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돌아갔다. 2년 넘게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하이디스 노동자들과 콜트·콜텍 노동자들도 김 장관을 만나 하이디스 정리해고와 콜트·콜텍 부당해고 사태를 전했다.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은 "민사소송에서는 부당해고로 판결났지만, 행정소송에서는 패소했다"며 "노동부가 노사 간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회장은 "기술유출 문제도 있기 때문에 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대응해 달라"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받은 시민들의 고충과 진정에 대해 "실국별로 잘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어제까지 전국에서 받은 진정이 4천건이 넘었다"며 "제안받은 내용들을 노사관계·부당노동행위·체불임금 등 파트별로 나눠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현장노동청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박 시장은 김 장관에게 "서울시민은 가장 보강해야 하는 분야로 일자리와 노동행정을 꼽고 있다"며 "서울시민이 제출한 제안·진정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정을 제기한 이상목 지회장은 "해결될 지 안 될 지는 모르겠지만 노동부가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 주고 해결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렇게 하다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 노동자들이 노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 역할인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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