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계와 접촉을 강화하면서 지난 10년간 꼬여 버린 노정관계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노동부가 노동계 현장갈등·투쟁사업장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양대 노총과 노동부에 따르면 양측은 투쟁사업장 문제 해법을 찾는 노정 대화를 전국 각 지청에서 시작한다.

올해 7월 노동부는 한국노총과 '현장 분쟁 갈등 해결을 위한 노정협의체'를, 민주노총과는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노정협의체'를 각각 구성했다. 최근까지 중앙차원 협의를 통해 갈등·투쟁사업장 현황을 파악하고 과제를 점검했다.

노동부는 각 사업장이 위치한 전국 각 지청에서 논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늦어도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에는 노정 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 노총과 노동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한국노총은 KPX케미칼·KEB하나은행·썬코어·버치힐서비스·부곡하와이·전주페이퍼 전주공장 등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와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이 불거진 사업장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노총에는 콜트콜텍·하이텍알씨디코리아·쌍용자동차·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하이디스를 비롯해 불법파견·정리해고·손해배상 문제로 갈등 중인 사업장이 80여곳이나 된다.

노동계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현장노동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한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서울현장노동청에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구내식당 운영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15일 대구를 찾은 그는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비정규직들의 민원을 듣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이 진행 절차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다. 대구노동청은 지난달 말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폐업과 노조탄압 사건에 대해 "불법파견 혐의는 인정, 부당노동행위는 불인정"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김 장관 지시에 따라 재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영주 장관 행보가 생색내기가 아닌 탄압받은 노동자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고민 속에서 이뤄진 것이기를 기대한다"며 "노동부가 투쟁사업장 문제 해법을 찾아가면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면 노정 간 신뢰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존 일자리가 잘 유지되도록 현장을 관리하는 것도 노동부 책무라는 점에서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은 본연의 임무를 찾아가는 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라며 "노정이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가는 첫걸음을 시작한 만큼 노동부가 현명하게 준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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