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먹구름 낀 전망이 파다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갈 것이란 두려움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극단적인 양극화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두려움이나 비관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기술발전을 잘만 활용하면 노동시간의 획기적인 감소와 일자리 질 향상, 나아가 부의 평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주최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이 열렸다. 행사 이틀째인 이날 오후 네 번째 세션에서 ‘좋은 일자리 도시로의 전환과 미래의 조우’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좌담을 했다. 최정식 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련 한국협의회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분배가 중요"="인공지능 같은 기술발전으로 비관론에 빠지지 말자. 일의 미래는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대표해 이상헌 사무차장 정책특보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전 세계 노동시장이 4개의 시대적 조류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화와 기술발전, 인구 통계의 변화, 기후변화다.

이상헌 정책특보는 기술발전을 지목해 “비관적인 전망에 매몰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국제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950~60년대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경제가 성장했고 일자리도 늘었다”며 “기술변화는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을 낳으며, 시스템 디지털화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충분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분배’ 개념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과거 글로벌화가 부의 평균에 집중한 나머지 분배에 무관심해 대중의 반발을 샀다”며 “미래에는 기술변화로 인한 혜택을 근로자 혹은 기업 사이에 어떻게 분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ILO는 2019년 100주년을 앞두고 ‘일의 미래 고위급 글로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특보는 “일자리 변화의 시대를 맞아 지금은 우리가 정확히 어떠한 미래를 원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할 때”라며 “ILO 100주년을 맞아 위원회가 과거 필라델피아선언에 버금가는 미래 일자리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변화, 도시가 주도해야"=경제의 디지털화를 인간의 존엄성과 일자리 질 향상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엘 이보네 주한 EU대표부 대사 대리는 “유럽에서의 디지털화는 건설 등 전통부문에서 신규 고용형태를 낳고, 일자리 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사회보장에 있어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재교육과 노동의 숙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핵심 임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는 도시행정 체제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낳는다. 도시에 ‘일자리 중재자’ 역할이 부각되는 까닭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도시 성격의 재정립과 빅데이터 기반산업과 공공서비스 발전을 가져온다”며 “도시 내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이 강화된 일자리들이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도시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시작된 산업 4.0은 개인의 삶과 노동은 물론 기업의 상품·서비스 개발과 유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더 총장은 "과거의 접근관리법으로 복잡한 연결 네트워크 관리가 불가능해졌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접근법을 모색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신생기업이 필요한데, 한국 정부가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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