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세계 각국 도시정부 관계자와 고용·노동 전문가들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지방정부의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좋은 일자리 도시는 도시 간 협력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다.

“도시는 글로벌 시스템의 일부”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포럼 도시정부 테이블에서 좋은 일자리 도시를 위한 실천방안이 논의됐다.

193개 유엔 가입국은 2015년 9월 17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합의했다. 지속가능개발목표 8번과 11번에는 “모두를 위한 지속적·포용적·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생산적인 완전고용과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증진”하고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보장”하도록 돼 있다. 8번과 11번의 중요한 뼈대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모하메드 세피아니 모로코 쉐프샤우엔시장은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는 지방정부가 응당 해야 하는 책임”이라며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8번과 11번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있어 국가정부나 민간기업, 노조만으로는 안 된다”며 “지방정부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로널드 월 요하네스버그시 경제발전위원장은 각 도시를 뛰어넘는 스마트조달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제안했다. 그는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사상 최악의 불평등”이라며 “전 세계 상위 1%가 차지하는 부가 나머지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우려했다. 로널드 월 위원장은 “각각의 도시는 고립된 것이 아니라 투자나 무역에서 공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하나의 도시는 전체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조달 시스템을 통해 각 도시별 고용률이나 일자리 질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도시 간 협력을 통한 스마트조달 시스템 구축으로 최악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의 삶 지키는 지방정부 역할 필요”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한 각 지방정부의 실천방안도 공유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대도시로의 청년층 유출로 인력부족 문제를 앓고 있는 일본 효고현은 △취업 촉진 △취업능력 향상 △일하기 좋은 환경만들기 등 세 가지 고용시책을 추진 중이다. 아베 히토시 효고현 산업정책기획국장은 “효고현은 청년구직자를 잡기 위해 지역기업을 홍보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가하면 여성과 고령자 취업촉진을 위해 경력단절여성 훈련기관과 실버인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국장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사용자·노동자 간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지방정부와 경영자·노동자단체 3자가 연대해야 한다"며 "일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는 기업은 표창을 주고, 경력단절 노동자를 재고용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삶을 흔드는 임금체불 문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욕시는 정부부처 간 협력을 통해 임금체불 사업장에 제재를 가하고, 예방 차원의 노력도 하고 있다. 로렐라이 살라스 뉴욕시 소비자보호국장은 “모든 노동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임금체불 문제”라며 “사업을 승인하기 전 자금규모 등을 조사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사업을 허가해 줌으로써 (사용자가)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고 임금을 체불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로 한정됐던 노동문제를 도시정부 차원으로 확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인동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2019년에는 생활임금이 1만원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은 먹고사는 수단만이 아니라 시민의 삶 자체이며, 노동으로 시민생활이 영위가능한 도시를 구현하는 것이 도시정부의 책무”라며 “서울시는 시민생활 속에서 노동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취약노동자 권리보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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