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1월부터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하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켰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가족수당처럼 노동자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이나 식사수당 같은 복리후생 성질의 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때 임금을 올려 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꼼수를 부린다. 산입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수당을 마치 임금인 것처럼 끌어들여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한화갤러리아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그랬다.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면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회사는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하면서 직원들이나 노조와 협의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

회사의 편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2월부터는 전문직 사원들의 상여금 400% 중 200%를 월할상여 수당으로 바꿔 지급하고 있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을 악용한 셈이다. 역시 노조 혹은 직원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 지점장과 팀장들이 직원들을 개별 면담해 “월할상여는 급여가 늘어나 오히려 좋은 것”이라며 개별동의를 요구했다.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최저임금 무력화시도와 최저임금제도 개선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정도영 한화갤러리아노조 위원장은 “급여가 늘어나기는커녕 회사가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고 무력화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데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노동부·법제처 “지급주기 아닌 산정주기가 중요”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가운데 두 달에 한 번씩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월할지급으로 바꿔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여금 지급방식을 바꾸는 기업들의 행위가 고용노동부·법제처 행정해석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부 2015년 12월 행정해석을 보면 정기상여금 산정기간이 월단위가 아니라면 매월 분할지급을 하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제처도 같은해 9월 “상여금 지급주기가 아닌 산정기간을 최저임금 산입여부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장기간 근로를 전제로 산정·지급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단기간에 최저임금이 확보되도록 하려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며 “월할로 지급하든 분기별로 지급하든 상여금은 최저임금 범위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범위 바꿀 때 노조와 합의해야”

2013년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뒤 재직자나 일정한 기간 근무를 한 노동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바꾼 기업이 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업들이 통상임금을 월할로 지급하는 경우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임금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한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박주영 노무사는 “상여금 산정기간에 근로를 제공했는데도 지급시점 이전에 퇴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없다면, 소정근로 대가를 받는 최저임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재직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임금은 월단위 임금이라도 최저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도영 한화갤러리아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대상과 범위를 바꿀 때에는 노조 대표와 합의 후에 시행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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