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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일자리·노동정책 점검] “일자리 추진에 노동기본권·노사관계 뒷전”일자리 창출·비정규직 정규직화·최저임금 인상 높은 평가 vs '노동존중 사회' 국정과제 후순위 한계
   
▲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6월21일 청와대에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7일로 100일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웠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같은 의미 있는 공약을 제시했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55건의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 일자리(11건) 분야와 노동 분야(5건) 정책은 16건으로 29.1%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100일간 추진한 일자리·노동정책을 살펴봤다.<표 참조>

일자리위 설치로 ‘일자리 대통령’ 각인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다음날인 5월10일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통해 “선거에서 약속했듯 무엇보다 일자리를 먼저 챙기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첫 업무지시를 내렸다.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그는 대선기간에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어 놓고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공약했다.

약속대로 문 대통령은 같은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의결한 데 이어 24일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일자리위는 문 대통령의 야심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이 일자리위원장을 맡아 ‘일자리 대통령’으로 각인시키는 동시에 일자리위가 일자리 정책을 총괄지휘하면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과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섭 부위원장에게 지휘봉을 맡겨 힘을 실었다.

일자리위는 6월1일 ‘일자리 100일 플랜’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일자리 로드맵을 선보였다. 일자리 창출을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교육·노동·복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재정·세제·금융을 비롯한 정책수단을 손보겠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노총 포함 노사정 18년 만에 한자리

일자리위는 민주노총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일자리위는 6월21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1차 회의를 열고 앞서 발표한 일자리 100일 플랜을 담은 ‘새 정부 일자리 정책방향’을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간위원 자격으로 양대 노총이 나란히 참석했다.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를 탈퇴한 지 18년 만의 일이다. 민주노총이 일자리위 참여와 관련해 내부 논쟁을 겪으면서도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일단 점수를 준 셈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정권 출범에 기여한 만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위 민간위원(위촉직)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노사단체 대표 6명과 각계 대표 8명(이용섭 부위원장 포함)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정부위원(당연직)은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 장관 11명을 포함한 15명이다. 일자리위는 같은달 20일과 23일 각각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자리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위는 이달 8일 2차 회의를 열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고용영향평가 강화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혁신, 정부·지방자치단체 일자리 전담조직 신설이 눈에 띈다. 경로별 실태점검과 인생 3모작을 지원하는 내용의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지난달 22일에는 오랜 진통 끝에 11조2천억원의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민간부문 움직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차인 5월12일 첫 현장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자신의 공약 중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실현을 위해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상시·지속업무와 안전·생명 관련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올해 안에 협력사 직원 1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좋은일자리창출TF와 자문단을 두고 후속조치를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공공부문 852개 기관에 속한 기간제 노동자 31만명 중 ‘연중 9개월 이상 계속 일하면서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업무’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용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과거 정부보다 차별화된 비정규직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 교사 등이 반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발표 뒤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계약해지가 잇따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부는 이달 말까지 특별실태조사를 한 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 다음달 발표한다.

정부의 잇단 일자리 행보는 민간부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그룹이 이달 1일 계열사 비정규직 850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 1만원, 내년에도 16.4% 인상?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 공약과 5년 로드맵을 재정비한 자료다. 100대 과제 중 노동부 소관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성별·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 △실직과 은퇴에 대비하는 일자리 안전망 강화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 균형 실현 등이다. 여기에 일자리위와 각 정부부처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비롯한 문 대통령 공약사항이 대부분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천60원(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3년간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기 위한 연간 인상률로 볼 수 있다. 인상금액은 역대 최고였고, 인상률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반발을 불렀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 다음날인 16일 기획재정부·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그럼에도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 국정과제 후순위로 밀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노동계는 대표적인 ‘노동적폐’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꼽았다.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여가 지난 6월16일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폐기했다.

하지만 노동계가 적폐로 꼽거나 개혁을 요구한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공약 실행은 더디기만 하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국정과제에서 올해 노동부 2대 지침을 폐기하고 위법적인 단체협약 시정지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노동존중 사회 실현’ 국정과제 중 핵심인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87호)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시행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과 취약근로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근로자 이해대변제도 확충, 청년일자리 기본권 등의 시행시기는 2018년으로 설정했다.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속도에 비해 노동기본권 강화와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은 한없이 더디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주 52시간 근로를 비롯한 법·제도 개선, 포괄임금제 규제·장시간 근로사업장 지도·감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동시간단축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국회에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는 정도를 빼면 적극적인 행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노동부의 주 68시간 행정해석 폐기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회 논의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김 장관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문재인 정부 100일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고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추진방법을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에 뒀다”며 “추진시기도 2018년 이후로 정해 정책순위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대부분 사회적 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노사정위 정상화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촛불혁명 발화점 한상균 미석방은 아이러니

문재인 정부 100일간 두 차례 인사 낙마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난달 13일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다. 그로부터 한 달 만인 이달 14일 김영주 장관이 임명됐다. 정부부처 중 장관 임명이 가장 늦었다.

이로 인해 잃은 것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97일간 노동부 행정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노동개혁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현장에서는 갑을오토텍을 비롯한 노조파괴와 마필관리사 잇단 죽음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대 지침 폐기나 노동시간단축처럼 노동부 의지가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일자리수석으로 대체되고 일자리수석을 노동부 출신이 아닌 경제부처 출신이 차지하면서 노동계와 청와대 간 소통에 한계를 보였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국제노동계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면을 강하게 요구했는데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촛불혁명의 발화점이 된 민중총궐기대회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내셔널센터 위원장이 촛불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석방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28일 주요 대기업 총수와 만찬을 했다. 그런데 양대 노총 대표자를 만났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문 대통령은 5월30일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을 만났다.

노동계·노동전문가들 “노동기본권·노사관계 강화” 

노동계와 노동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지난 100일간 일자리 정책이 강조되는 한편에서는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가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기본권과 노조할 권리 보장을 포함해 제대로 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제적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조가입률 획기적 제고 등 법·제도 개선 추진의지와 계획이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 10년간 노동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문제를 푸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혜적인 노동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은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100일 동안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어떻게 구성하고 꾸려 갈지 비전을 보여 주지 못했다”며 “앞으로 일자리·노동정책이 민간부문에서도 작동하려면 노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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