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로 하반기 입법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우리나라 가사노동자는 30만명 규모로 사회적 수요도 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들은 공식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어떠한 법률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이정미 의원 “가사노동자 존중법” 강조

이 의원은 제정안에 가사노동자의 존엄성 보장과 제공기관의 공익성 담보, 이용자의 의무 등을 담았다. 제정안에 따르면 제공기관과 이용자는 가사노동자의 폭행·협박·감금·강요 등을 통해 가사노동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성희롱·폭력·폭언·모욕 등 존엄성을 훼손당했을 때에는 즉시 작업장을 이탈해 피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는 이용계약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가사서비스를 가사노동자에게 요구할 수 없다.

제공기관의 공익성을 담보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국가는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직원협동조합 등 공익적 제공기관을 선정해 육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익적 제공기관에는 소득세법·부가가치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상 세제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국가는 한부모가정·저소득 맞벌이가구 등 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취약계층에 대해 가사서비스를 공익적 제공기관을 통해 제공한다.

제공기관은 가사노동자에게 1주일에 15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제공기관과 이용자는 가사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이 밖에 노동부에 가사노동자의 권익보호와 제공기관의 인증·지도·감독, 이용요금 기준 분쟁해결을 위한 ‘가사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서형수 의원안·노동부 입법예고안 차이는

현재 국회에는 환노위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6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26일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7일까지다.

3개 제정안을 살펴보면 몇 가지 차이점이 보인다. 1주 15시간 근로시장 보장의 경우 이정미 의원안은 의무조항, 서형수 의원안은 노력조항이다. 세제지원 대상은 이정미 의원안은 공익적 제공기관에 한정한 반면 서형수 의원안은 모든 제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이정미 의원은 “정부안의 경우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고자 한다면 제공기관과 이용자에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데 그런 의무가 없다”며 “휴게·휴일 규정 등 종전 기업 소속 가사노동자들이 누리는 근기법상의 근로조건이 누락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연차유급휴가 규정도 근기법보다 못하고 이용자의 의무는 모두 삭제됐으며 핵심 보호조항은 누락되거나 노력조항으로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정미 의원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진심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우리는 가사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담은 제대로 된 법안을 원한다”며 “제공기관은 사용자 책임을 확실히 지는 사업체이면서 가사노동자 권익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주 15만 미만 근로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기에 반드시 주 15시간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며 “제공업체에 사업주 의무를 부여한다면 가사노동자에게도 근기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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