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브로드밴드 고객서비스 총괄 자회사 ‘홈앤서비스’의 현판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메트로타워에서 열렸다. SK브로드밴드
“자회사가 생기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안고 들어갔는데, 아직은 협력업체가 운영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자회사 홈앤서비스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이 3일 첫 출근을 했다. 기대와 달리 한쪽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센터에서 자회사에 직접고용되기 전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때와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첫 자회사 출근 표정 어땠나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기존 센터장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돼 업무지시를 하는 곳은 더욱 불만 목소리가 높았다. 대구지역 한 센터의 경우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SNS 단체방에 오전 8시10분까지 출근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취업규칙상 출근시간이 오전 9시니, 출근시간을 변경하려면 최소한 미리 협조를 구하라는 항의가 잇따랐다. 한 센터 직원은 “기존 협력업체 때 센터장이 그대로 자회사 센터장으로 채용되면서 기존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 센터장이 원하면 설립되는 자회사에서도 센터장으로 채용되도록 했다. 나머지 센터장 자리는 본사 직원으로 채웠다. 노조는 "본사 직원이 자회사 센터장으로 채용된 경우 큰 마찰이 없었다"고 전했다. 본사 직원이 자회사 센터장이 됐다는 충남지역의 한 센터 노동자는 “분위기는 협력업체가 운영하던 때와 비슷했다”며 “주위 동료들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건물은 물론 담당하는 지역도 같아 자회사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는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홈앤서비스는 전체 103개 홈고객센터 중 위탁계약 종료에 합의한 98개 센터 직원 약 4천600명을 자회사에 직접고용했다. 홈앤서비스는 △7개 실본·부 △9개 담당 △82개 팀 센터 조직을 갖췄다. 홈앤서비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메트로타워 본사에서 출범식을 했다. 위탁계약 해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5개 협력업체는 기존 방식으로 업무를 지속한다.

노동조건 일부 개선, 취업규칙은 논란

지난 1일 홈앤서비스와 노조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도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다. 잠정합의안에는 통상급 비중을 높이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급을 10만원, 식대를 3만원 인상하는 내용이다. 기존 비통상수당 10만원은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수리기사 임금은 기본급을 포함한 통상급과 실적급으로 구성된다. 협력업체 시절 수리기사들은 기본급 138만원(식대 포함 통상급 148만원)과 성과 포인트에 따른 성과급을 받았다. 직접고용된 직원은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3년차로 입사한다.

올해 입사하는 모든 직원에게 특별휴가 4일을 준다. 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연차 혜택을 골고루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해조 지부장은 “공무원 수준의 유급휴일을 지급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만든 취업규칙은 8~9월에 개정하기로 했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만든 취업규칙에는 징계·임금피크제 등 독소조항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를 노사가 같이 논의해서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잠정합의안에는 노사가 9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부는 3일부터 전국 센터를 돌면서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을 설명한다. 다음주 중 찬반투표를 실시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