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공약 이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한목소리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치 철회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 역시 고민이 깊다.

◇“해직교사 단결권, 제한하면 안 돼”=지난 8일 전교조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에 면담을 요청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 조치는 현 시기 노동기본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의 우선과제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자행된 반민주적이고 반노동적인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법외노조 조치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논의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전교조는 국정기획자문위와 국회에 법외노조 조치 철회 요구를 전달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전교조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온라인으로 긴급 교사서명도 받고 있다. 교사서명은 정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청문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동참했다. 이달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사용자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주체가 돼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노조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원으로 정의한 교원노조법 2조 합헌 결정에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해직교사 등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부가 2013년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이유는 해고 교원의 조합원 자격 유지 때문이다. 전교조가 다시 합법노조 자격을 유지하는 가장 빠른 길은 행정부 직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면 된다.

◇국정기획자문위 “고민하고 있다”=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노동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는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도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보수진영 반발을 부담스러워하는 형국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9일 시·도 교육감협의회 간담회에서도 “깊이 고민하고 의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가 이슈로 부각되자 보수진영에서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을 법원이 판결하기도 전에 정부가 통보 처분을 취소할 수는 없다”거나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부가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행정청은 자신이 한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할 경우 언제든지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며 “행정소송에서 행정청이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철회함으로써 법원 판결 없이 소송이 종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 비준과 국내법 개정을 통해 국가 위상에 걸맞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협약에 따르면 근로자단체·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해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할 권리가 있으며, 해당 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 된다. 노동부는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에서 “전교조 관련 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협약 등의 비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선 전국참교육동지회 수도권 부대표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정부는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을 약속했다”며 “정부는 지체 없이 법외노조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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