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일자리위 참여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7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일자리위 참여 여부에 따른 후폭풍을 예측하며 수주일째 내부 검토 중이다. 사실상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한국노총은 노동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일자리수석 인선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일자리수석은 친노동 인사로"

한국노총은 일자리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김주영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책연대협약을 맺은 당사자라는 점에서 일자리위 불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정책연대협약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한국노총의 정치적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노총은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청와대 일자리수석 일자리기획비서관실에 인력을 파견한 상태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일자리위에서 노동계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일단 참여해 요구사항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한국노총 요구뿐만 아니라 연맹별 현안도 많다"며 "일단 (일자리위에) 들어가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같은달 26일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일자리수석은 무엇보다 노동계와 소통하고 현안을 공감할 수 있는 친노동 인사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자리위 개입을 본격화한 행보로 풀이된다.

강훈중 교육선전본부장은 "일자리위가 구체적인 안건을 가지고 회의를 소집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연락이 오면 김 위원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8일 중집에서 참여 여부 결론

민주노총은 8일 지역본부장과 산별노조·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일자리위 참여 여부를 논의한다. 지난달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터라 이날 자리에서 가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집위원 다수는 일자리위 참여에 긍정적이다.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파견노동 도입'과 '공무원·교원노조 인정'을 정부와 주고받는 합의를 한 뒤 극심한 내부 갈등에 직면했다. 결국 이듬해 2월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이후 18년 동안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일자리위 참여에 긍정적인 인사들은 노사정위와 일자리위의 역할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당시 만든 일자리위 보고서를 보면 일자리위는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다. 정책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중장기 기본계획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와 다르다는 얘기다. 일자리위 보고서에는 비정규직·하청·청년·여성 등 계층별·산업별 대표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개혁 가능성 미리 포기해서는 안 돼"
vs "들러리 역할 그치고 투쟁동력도 위축"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노총은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는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정부와의 대화를 피하지 않는 모양새다. 일자리위 참여에 긍정적인 민주노총 관계자는 "관료·언론·재벌이 건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정부를 상대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촛불의 힘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개혁 가능성을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되고, 개혁을 주도해야 할 의무와 권리를 회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일자리위에 들어갈 경우 친사용자 성향이 강한 정부·관료에 휘둘릴 수 있고, 현장 투쟁동력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자리위는 정부쪽 인사 15명과 민간위원 15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 위원은 양대 노총과 비정규직단체 3명에 불과하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과거 숱한 사회적 대화에서 마지막에 웃는 쪽은 언제나 정부·자본이었고 노동은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며 "일자리위도 정부 정책을 수립·관철하는 기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민주노총이 우선해야 할 것은 우리의 힘을 광장에서 보여 주고, 그 힘으로 정부를 견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일 중집은 일자리위 참여에 따른 이 같은 우려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집행부 관계자는 "일자리위에 불참할 경우 노정교섭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양대 노총 공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집위원들이 고심하고 있다"며 "어떤 자세와 기조를 가지고 일자리위에서 대응할지가 논의 주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제정남·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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