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2017년 4월16일, 1천95번째 4월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 3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만큼, 그 시간동안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이들에 대한 분노의 크기만큼 ‘세월호’라는 세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다양할 테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장면은 2015년 4월11일이다.

2015년 4월11일.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 목소리를 전하려던 사람들은 경찰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에 막혀 광화문광장 북단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경찰이 행진을 금지하면, 광화문광장 북단부터 청와대에 이르는 구간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신성구역이 됐다. 그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일대가, 지난겨울 민주주의의 광장이자 촛불과 역사의 현장이 됐다.

5개월간 연인원 1천700만명이 20여차례 촛불집회를 하는 동안 경찰과 큰 충돌이 없었다. 외신이 유례없는 장면이라고 앞다퉈 보도할 만큼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이 진행됐다. 매주 집회신고를 하면 경찰은 청와대 앞 100미터 등 집회금지 장소 규정, 교통 혼잡을 이유로 한 집회 제한 규정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을 이유로 번번이 금지통고를 했다. 그러나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결정으로 광화문광장과 경복궁을 지나 내자동로터리, 헌법재판소 앞, 총리공관까지 행진이 가능해졌다. 실제 진행 과정에서도 경찰은 살수차·캡사이신 등 장비를 동원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저에 머물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심리를 하던 헌법재판관들에게,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매주 국민의 분노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집회·시위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과 관련 있는 장소가 보장될 때 집회·시위의 자유 역시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은, 그리고 집회·시위가 경찰이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시위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 왔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계속됐지만 2015년과 2017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정권의 분위기에 따라, 경찰의 대응방식에 따라 그 보장 정도가 고무줄처럼 달라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겨울 만든 촛불집회의 역사가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 추모행진을 금지하고 살수차·캡사이신을 동원해 막아섰던 역사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촛불이 모인 광장의 힘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권 이후 새로운 정권은,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규정,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규정 등 경찰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집시법 규정을 재논의해야

한다. 입법청원운동도 진행 중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집회 금지와 폭력적인 진압으로 막아섰던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진심을 담은 약속은, 모든 대선후보가 외치고 있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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