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년 만에 특검에 소환됐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경영권 부당승계와 관련해 4건의 고소·고발을 당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9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에 더해 횡령·배임 혐의까지 적용할지 고민 중이다. 무혐의 처분을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2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갖고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도 고려사항”이라며 “조사 후 구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도 뇌물 수사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특검보는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특검에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삼성은 최씨 소유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 특검보는 “출연금에 대한 법리적 판단도 검토 중”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다른 대기업에 대한 판단도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출연한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뜻을 밝혔다.

특검이 지난 5일 장시호씨에게서 압수한 태블릿PC는 삼성전자에서 정식 출시하기 전에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검보는 “전날 보여 드린 태블릿PC 출시일은 2015년 8월 초”라며 “그런데 이메일이 사용된 날짜가 같은해 7월24일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특검보는 “삼성 임직원에게 시제품으로 나온 게 최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입수한 태블릿PC는 삼성 갤럭시탭SM-T815 모델이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공식 업무와 관련해 최순실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를 데리고 청와대로 들어간 적 없다던 기존 진술도 번복했다. 이 행정관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소개로 청와대에 근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 행정관은 주사·기 치료 아주머니의 출입 여부에 대해 “보안상 말할 수 없다”면서도 최씨와 ‘기 치료 아주머니 이상 없이 모셨습니다’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이정미 재판관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최 선생님(최순실)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행정관은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 문자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런 (문자를 보낸)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재판관이 “정 전 비서관에게 보낸 문자는 본인이 차를 타고 최씨와 함께 들어간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행정관은 “청와대로 출입했느냐 안 했느냐를 묻는다면 말하기 곤란하다”며 끝내 정확한 증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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