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부 언론을 통해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청와대에 노사문제 같은 민원성 현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검찰이 대기업그룹에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16일 <중앙일보>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들과 독대하기 직전에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받아 자필메모한 자료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확보한 메모에는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SK·CJ),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노사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현대자동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계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면서 노동 분야에서도 대가성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 수상 대상에 ‘노동개혁법안 통과·재벌총수 사면복권 대가로 출연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이 포함된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전에 기업 현안으로 노사문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메모는 이러한 의혹을 한층 키우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개혁이 재벌 자금출연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었는지 의혹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는데, 이번 검찰 발표는 이러한 정황의 한 단면을 보여 줬다”며 “재계가 기요틴(규제철폐) 과제로 제기했던 사항들이 현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2014년 12월 정부에 규제개혁 과제로 △업무성과 부진자 해고요건 확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규제 완화 △파견 업종·기간 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수 사면이나 노사문제, 계열사 간 인수합병 문제 해결을 위해 재단 출연금을 냈다면 명백한 대가성 뇌물”이라며 “검찰의 재벌 총수 조사는 뇌물죄를 비롯한 여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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