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의 연쇄파업을 이틀 앞둔 20일 정부와 노동계가 맞붙었다. 정부는 “파업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금융·공공서비스 악화라는 국민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청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재계는 입장문을 내고 “경제와 국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재계와 정부가 손잡고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반면 양대 노총과 금융·공공부문 노동계는 이번 파업이 “정부의 불법행위에 맞선 합법 투쟁”임을 강조했다.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정당한 절차를 밟아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는 의미다.



은행·철도·지하철 22일부터 연쇄파업



금융·공공부문 노동계는 22일 한국노총 공공노련을 시작으로 23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28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29일 한국노총 공공연맹 순으로 연쇄파업에 나선다. 시중·국책은행은 물론 철도·지하철·병원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관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한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이기권 장관은 “금융·철도·지하철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 파업이 계획되면서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또 “미사일 발사·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측 이후 가장 강력했던 지진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홍수에 웬 파업’,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가뭄에 웬 파업’이라고 노조 파업을 비난하던 기존 정부·재계의 레퍼토리를 반복한 것이다.

재계도 가세했다. 경총은 이날 경영계 입장문을 내고 “양대 노총의 릴레이 총파업은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와 국민 일상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국민을 볼모로 삼은 총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노동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조에 공공기관 필수유지업무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청 대처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준수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양대 노총 “정당한 파업, 국민께서 이해해 달라”



양대 노총은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국민불편을 넘어 재앙적 국민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금융·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부의 불법 노동개악을 멈춰 세우고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독선에 맞서는 총파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불법이 파업을 불러왔고 파업의 끝도 정부의 입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거절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공공기관 파업으로 인해 국민께 불편을 드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파업의 정당성과 별개로 양해와 이해를 구한다”며 “정부가 불법행위와 노사관계 강압적 개입을 중단하면 언제든지 파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파업이 촉발됐다”며 “이번 파업은 임금이라는 노동자의 중요한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하는 단체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노동자들을 저성과자로 몰아 쉽게 해고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성과연봉제를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연대해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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