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헌법을 언급하기 앞서 자본주의 태동 이후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역사적이고 실천적인 권리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이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희생을 치르며 각종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내부 절차는 물론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야 한다. 파업 사유도 제약받는다. 노동운동 성장에 필수적인 연대파업이나 정치파업은 물론 노동조건과 생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 파업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의 본질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은 처벌과 불이익을 당한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경찰·검찰·노동부·정보기관은 자의적으로 ‘불법’의 선을 그어 놓고 갖은 탈법적 방법을 동원해 파업권을 공격한다.

자본과 한 몸이 된 행정부와 사법부, 즉 국가는 “노조의 파업은 주체·목적·방법·절차·수단·양태에서 위법한 내용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들의 파업임에도 형법의 업무방해 조항을 적용해 노조활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조원들에게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파업을 ‘불법’이라 낙인찍고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민법상의 배상과 가압류로 파업 주동자는 물론 참가자들의 목줄을 죄는 국가와 자본의 콤비 플레이는 오래된 일이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억누르면서 이에 맞선 사용자의 대항 행위인 ‘직장폐쇄’는 신고 조항으로 가능하다. “파업 후 신고”라는 기준만 충족하면 큰 제약이 없다. 허가가 아니므로 신고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반노동법으로 전락한 하위법이 헌법을 깔아뭉갬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는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방해·봉쇄당하는 반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사용자의 권리는 편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간단하게 행사된다.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무력화하는 반헌법적 법률과 국가 권력의 엄호 속에 직장폐쇄는 “노사관계의 대등성 회복”을 위한 사용자의 방어수단을 넘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훼손하면서 단결권(노동조합) 자체를 파괴하는 국가와 자본의 무기로 기능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백번 양보해 현행 법·제도의 직장폐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직장폐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경찰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일개 행정기관에 불과한 경찰서가 “회사 시설 보호”를 가장한 직장폐쇄를 합법이라 승인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의 단체행동을 업무방해라며 탄압하는 것도 '경찰국가'적 발상과 태도에 다름 아니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구속하고 제약하는 기본권이다. 국가기관의 권한에 앞선다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입법부가 만든 법이, 행정부가 집행하는 정책이, 사법부가 내놓은 판결이 노동 3권을 심각하게 훼손해 온 현실이다. 단체교섭 무력화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남용·오용되고 있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국가 권력이 합작한 반노동 공세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국가나 자본이 노조 와해와 파업 파괴 공작을 벌이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의 시위와 단체행동으로 파괴된 공장은 지금껏 없었다. 심지어 국가 권력이 무력으로 파업 노동자를 진압했음에도 생산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공장은 없었다. 납치·감금된 사용자도 없었고, 노동자들에게 맞아 죽은 사용자도 없었다. 한국의 파업 현장은 대단히 평화적이고 조직적이다.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모든 노동조합은 조직과 행동의 규율 준수를 강조한다. 파업 현장이 아수라장이 된 경우는 언제나 국가와 자본이 합작해 노동권을 짓밟았을 때다.

파업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이 오용·남용돼 “노사관계의 대등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의 권한이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넘어 과도하게 행사되고 있다. 국가는 이런 부당한 현실을 시정하기는커녕 방조한다. 나아가 자본의 편에 서서 권력(폭력)을 불공평하고 부당하게 행사한다.

대한민국 헌법 어디를 읽어 봐도 사용자의 직장폐쇄권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에 대항한 사용자의 어떠한 권리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노조 파괴와 단체교섭 회피를 위해 악용되는 직장폐쇄를 근절하기 위해는 우선 직장폐쇄의 “주체·목적·방법·절차·수단·양태”에 관련된 제도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다음으로 반노동적 직장폐쇄를 형법상 협박죄·공갈죄·사기죄·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논리를 개발하고, 법원이 관련 판례를 만들도록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당한 인사경영권 문제의 연장선에서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사용자의 직장폐쇄권을 법률에서 아예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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