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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의혹 녹취록 입수해 보니] 항공기 정비업체 '샤프' 회사노조 설립 개입 정황 드러나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악용한 노조탄압 '활개' … 제2·제3의 유성기업 사태 '우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 휴게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수면을 취한 뒤 다시 조업에 나선다. 공공운수노조
   
 

“이거 한 장씩 나눠 줘 봐. 이름 사번 서명 연락처 (쓰시고)…. 이게 뭐냐면 노동조합 가입신청서인데. 오해는 하지 마시고. 단일창구라고 해서. (단체협상) 채널을 하나로 뚫기 위해서 노동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신청을) 받고 있는데…. 회사에서 불이익 주려는 거 아니고. 우리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강성보다는 자체적으로 채널을 하나 뚫어 가지고, 이렇게 하면 좋을 거야. 회사에서도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 발설도 하지 마시고. 오케이?”

지난 5월28일 오전 항공기 지상 조업업체 ㈜샤프에비에이션케이 김포지점 회의실. 김아무개 램프팀장이 직원들에게 노조가입 신청서에 서명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회사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노조가입 신청서를 받는 생소한 광경이다.

김 팀장의 말을 유심히 들어 보면 이 회사에는 이미 노조가 설립돼 있고, 회사가 관여한 신규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김 팀장이 언급한 “단일창구”가 첫 번째 힌트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2개 이상의 노조가 설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교섭대표노조가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인다.

김 팀장은 두 번째 힌트도 노출시켰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강성보다는”이라는 말은 이미 설립된 노조가 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정리하면 양대 노총에 소속된 기존 노조에 교섭권이 돌아가지 않도록 신규노조가 만들어지는 중이고, 이를 위해 회사측 관리자들이 조직책 역할을 맡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같은 추론은 어디까지가 추측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12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여러 건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 같은 추론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들이 직접 녹음해 남긴 기록들을 보면, 회사측이 민주노총 소속 기존노조 대신 신규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엿새 만에 생긴 두 개 노조, 바빠진 사측

현재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는 2개 노조가 설립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지부장 김진영)와 샤프에비에이션케이노조(위원장 공경현)다. 이들 노조는 엿새 간격으로 설립됐다. 지부는 5월21일, 기업노조는 5월27일 각각 만들어졌다.

이 회사 직원들이 남긴 녹취록은 기업노조 설립 직후부터 6월21일 사이에 집중돼 있다. 6월21일은 회사가 두 노조 중 교섭대표노조를 확정해 공고하는 날이다.

통상 근로자 절반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따라서 비슷한 시기에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다면, 해당 노조들은 더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는 데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소수노조는 사실상 교섭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회사 운영지원부에 근무하는 안아무개 과장과 인사팀 소속 A 차장 사이의 대화내용 중 일부다. 안 과장이 A 차장에게 기업노조 가입신청서에 서명할 것을 부탁하면서 나눈 대화다.


A 차장 : 직원들과 대화도 안 해보고. 무조건 사측노조를 또 만들어?

안 과장 : 일주일 안에 다 처리해야 된단 말이야. 일주일이 넘으면 소용이 없어.

A 차장 : 그러니까 더 직원 반발이 생기잖아.

안 과장 : (지부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아무래도 민주노총 쪽으로 돈(조합비)이 새어나가는데. 걔네(민주노총) 배만 불리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는 (기업노조 조합비를) 5천원씩만 잡았단 말이에요. 나머지는 대표이사가 다 부담하기로 하고.


안 과장은 ‘일주일’의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 확정공고일 이전에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민주노총으로 노조 조합비가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기업노조의 조합비가 5천원에 불과하고 그 외 비용은 회사 대표이사가 원조하기로 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에 소개될 조아무개 기업노조 간부와 지부 소속 A조합원의 대화도 흥미롭다. 회사가 기업노조의 임원을 결정하는 과정에 개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B 조합원 : 과장님이 (기업노조 인천지부) 위원장이라고 하셨죠?

조 과장 : 네. 제가 그렇게 됐네요.

B 조합원 : 그냥 회사 통보를 받은 거예요?

조 과장 : 그렇죠. 일단 저희는 그렇게 알고 있어 가지고….

B 조합원 : 아무 내용도 없이 그냥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예요?

조 과장 : 그렇죠. 일단은 그쪽에서 나오셔가지고. 그날 쉬는 날이었는데….

   
 

'장시간 노동·저임금' 개선하려고 노조 만들었건만…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 노조 설립이 추진된 배경은 이 회사의 노동조건과 연관이 깊다. 196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7개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 조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공항 스케줄에 따라 교대제로 근무하는데, 소정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만 월평균 10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노동에 시달려 왔다.

‘월 평균 100시간’은 노동자들이 일부러 과장한 수치가 아니다. 이 회사는 연장근로수당을 기본연봉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때 회사가 인정하는 연장근로시간이 월 80시간에 달한다.

노동자들이 이처럼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이다. 한 노동자의 지난 5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이 117만원인데 연장수당이 그보다 많은 117만5천675원이다. 이 노동자의 연장수당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그달의 연장근로시간이 10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월급봉투가 얇아지는 구조다.

의아한 것은 이 회사가 2012년과 2013년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항공기 지상 조업 업체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가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뽑힐 수 있었던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다. 이직률이 높아 ‘뽑으면 나가고, 뽑으면 나가는’ 구조다. 실제로 현장의 노동자들은 인력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와 샤프에비에이션케이노조가 연달아 만들어졌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노동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까지 직접 뽑는 회사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볼 때 두 노조의 활동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엿새 먼저 출범한 지부는 회사 관리자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거나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법정 한도를 훨씬 넘긴 노동시간 문제, 실제로 일한 시간보다 적게 지급된 연장근로수당 문제 등을 공론화하고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을 위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기업노조의 경우 눈에 띄는 활동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부는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이기 어려운 처지다. 기업노조가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녹취록 내용대로라면 회사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의 복수노조 갈등은 ‘유성기업 사태’ 이후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복수노조를 활용한 노조탄압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노동조건을 개선해보고자 자주적인 노조가 만들어지면, 회사가 이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소위 ‘회사노조’(Company union) 만들어 교섭권을 뺏어버리는 경우가 급증했다. 노동자의 자주적 결정에 기반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도입된 복수노조 제도가 회사측의 불순한 의도와 만나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바뀐, 복수노조의 역설이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회사측이 실제로 기업노조 설립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측 관계자는 “회사가 기업노조 설립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서울지노위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최종 결정되면 해당 노조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성실 교섭에 임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이와 별개로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 선임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회사 관리자들이 ‘특정인물을 근로자대표로 선임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식에 직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서명을 받고 있다. 근로자대표를 뽑는데 회사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보상 휴가제·근로시간 계산의 특례·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유급휴가의 대체·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규정에 서면합의 권한을 회사측이 제시한 근로자대표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영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장은 “회사는 그동안 노동조건 변경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직원들의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며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자 어용노조를 내세워 방해하고, 그도 모자라 근로자대표까지 직접 뽑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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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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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16-07-13 09:50:38

    이런 뉴스를 볼때 마다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참 많은 회사들이 근로자들의 피를 빨아 돈을 벌고 있는 것 같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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