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 방안으로 12조원대의 자본확충을 앞세우자 금융노조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이행하려면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산업부진 타개를 위한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업 영업기반을 해치고, 정책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도권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부위원장은 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조선사업의 기업가치 제고라는 핵심은 놓친 채 유동성 확보라는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일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간접출자 방식으로 국책은행 자본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질 기업 유동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원의 자금지원이 이뤄졌지만 기업회생에 실패했다”며 “정책 결정자들이 스스로의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국책은행 구조조정도 진행한다. 직원 임금 반납과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 인력·조직 축소 방안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이 부위원장은 “정부가 필요하지도 않는 자본확충을 빌미로 산업은행 노동자들에게 정책결정 실패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며 “자구계획 마련에 앞서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본확충펀드 조성에는 IBK기업은행도 동원된다. 기업은행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소기업인의 피로 대기업과 재벌의 부실을 메우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지부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매입된 후순위채권 등 낮은 등급의 채권은 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BIS 하락이 중소기업 대출 회수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기업은행 설립목적을 잃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지급보증을 한다는 계획이다. 김재범 신용보증기금지부 부위원장은 “2013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따라 부실 대기업을 지원하는 바람에 1조원의 중소기업 보증이 막혔고, 결국 10조원의 중소기업 대출이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신용보증기금법을 무시하고 정부가 실패로 드러난 대기업 지원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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