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를 색출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당일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폭력 시위자로 낙인찍거나, 근거 없이 소환장을 남발해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온라인 사찰도 심각한 수준이다. 당일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SNS에 집회 관련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소환장이 발부된 경우도 있다. 11개 노동·인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이 1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집회 미참가자 소환, 명백한 과잉수사"=기자회견에 참석한 가톨릭농민회 회원 유문철씨는 1차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자신이 겪은 황당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유씨는 민중총궐기 당일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집회 나흘 뒤인 지난해 11월18일부터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 백남기 농민 쾌유 농성장을 찾아 농성에 동참했다. 유씨는 농성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기사로 작성해 한 인터넷언론에 게재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단양경찰서 정보과 A형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유씨의 집으로 찾아온 형사는 유씨가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A형사는 “(유씨의 얼굴이 찍힌) 채증사진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며칠 후 이번에는 단양서 수사과 B형사가 찾아왔다. B형사 역시 유씨의 집회 참가 여부를 추궁했다. 유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회에 갔는지 아닌지 대답할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B형사는 “집회에 불참한 것으로 믿고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그 뒤로도 형사들의 방문은 계속됐다. 유씨가 거주하는 마을 주민을 상대로 “유씨를 아느냐?”, “평소에 어떤 사람이냐?”며 탐문수사가 진행됐다. 유씨는 “동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나 같은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는 물론 미참가자에 대해서도 경찰의 무차별 소환이 이뤄지고 있다. 범죄사실이 없는 일반 시민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과잉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설령 유씨가 민중총궐기 당일 집회에 참가했더라도, 그 자체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미신고집회 단순 참가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고,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불법행위가 포착돼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현재 경찰은 불법적 정황이 아니라, 집회에 참가한 정황만으로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다”며 “집회 참가 그 자체는 처벌이 불가능한 정황인데, 이를 근거로 처벌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수사”라고 지적했다.
◇공포정치, 집회자유 가로막나=경찰 수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씨의 경우처럼 집회 미참가자에 소환장을 발부하거나, 채증사진을 잘못 판독해 엉뚱한 사람을 소환하는 경우도 있다. 집회 참가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SNS를 모니터링한 뒤 집회 관련 사진이 나오면 “집회에 참석했으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환한 경우도 있다. 불시에 집이나 학교로 찾아가 채증사진을 대조하거나, 회사측으로부터 노조 조합원 명단이나 집회 당일 CCTV 화면을 제공받아 대상자 소환에 나서거나, 지인을 사칭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 여부를 확인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부문별하게 소환이 이뤄지다보니,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원이 몇 명인지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수사 대상이 1천500여명에 달한다고 밝힌 상태인데, 구체적인 사건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은 경찰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개별 당사자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집회 미참가자에 대한 소환 이유와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도 청구할 계획이다.
이정일 변호사(민중총궐기 국가조사폭력단장)는 "경찰 수사 피해사례를 조사하다 보니,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 소환조사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며 "과잉 수사와 같은 국가 폭력이 집회라는 형식으로 표출되는 민중들의 절박한 목소리마저 틀어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중총궐기 관련 경찰 과잉수사 도 넘었다
집회 미참가자에게도 무차별 소환장 발부 … SNS 뒤지고, 지인 사칭해 집회 참가 여부 묻기도
- 기자명 구은회
- 입력 2016.0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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