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소환자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 소환장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윤성희 기자
영국 유학 중인 안아무개(19)씨는 지난 28일 부모님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던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경찰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 참석 건으로 안씨를 찾으며 부모님 자택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노조 조합원이기도 한 안씨는 지난해 9월부터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집회에는 참석하지도 않았다. 안씨는 "과거에 연행된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집까지 알아냈는지 황당하다"며 "노조 관계자를 무작위로 잡아내려는 경찰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한 달이 넘도록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를 이유로 노동자·시민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과잉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구속·수배·소환조사 대상자가 무려 1천532명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이 중 319명(참고인 14명 포함)이다.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12명이 구속됐고 5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270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안씨처럼 참석도 안 했는데 수사대상이 된 사람은 4명이다.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 소환장을 받은 노동·시민·농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소환자대회를 열었다. 박정훈 아르바이트노조 조합원은 "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아르바이트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며 어렵다고 했다"며 "한쪽에서는 직무를 유기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외국에 있는 조합원까지 찍어 수사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쌀값이 20년 전 그대로인 상황에서 너무 살기 힘들다고 외쳤을 뿐인데, 백남기 농민은 물대포에 맞아 깨어나지 못하고, 농민들은 소환장을 받고 있다"며 "함께 살자고 한 게 그렇게 죄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부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악법을 통과시키려 국회를 압박하고 노동자들을 무차별 수사·연행하고 있다"며 "국민과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굴하지 않고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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