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지부장이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힘이 있어야 (노조 탄압에) 대응을 하지요. 너무 폭력적으로 당해 대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집단 따돌림으로 3개월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가 진행된 8일 오후. 인천성모병원의 집단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증언하기 위해 출석한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이 국감장에 섰다. 초췌한 얼굴로 증인 심문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병원의 노조탄압에 대해 왜 대응하지 못했냐”는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홍 지부장은 “저는 노조 지부장이기 전에 병원에서 30년을 일한 간호사”라며 “노동자와 환자가 모두 존중받는 병원을 원하지만 병원측은 어느 대학병원도 하지 않는 노조탄압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10월. 당시 전체 450여명의직원 중 200여명이 노조원이었다. 지금은 직원이 1천600여명으로 늘어났는데 조합원은 11명으로 줄어들었다.

홍 지부장에 따르면 병원측의 회유와 압박으로 조합원들이 잇따라 노조를 탈퇴했다. 지부 간부에 대한 징계와 단체협약 해지도 이어졌다. 심지어 병원 관리자들은 노조원들의 얼굴사진을 복사한 종이에 근조리본을 그려 놓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쓰기도 했다. 홍 지부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은 도를 넘었다.

올해 3월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인천성모병원과 같은 재단 소속인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문제를 비판하자, 병원은 홍 지부장을 제보자로 지목했다. 병원 관리자들은 홍 지부장을 찾아가 폭언을 퍼부었다. 홍 지부장은 “일하는 곳으로 찾아와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한 퇴직자가 진료비 부당청구 의혹을 제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홍 지부장에 대한 병원관리자들의 폭언과 괴롭힘은 계속됐다. 결국 홍 지부장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농성도 벌였고 바티칸 원정투쟁까지 다녀왔다.

최근에는 노동부에서 노사 중재를 위해 대화 자리까지 마련했지만 병원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홍 지부장은 “노조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노사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제기하면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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