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이후에도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입법과 제도개선을 통해 노동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과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생방송 TV토론회에 참석했다. '노동개혁 여야 특위위원장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양측은 노사정 합의 의의부터 합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노사정 합의 성격·내용 두고 이견

이인제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에는 청년고용 활성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사회안전망 강화 등 사회경제적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할 중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범국민적인 노력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합의문 어디에도 재벌이 희생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새로운 해고제도가 포함돼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 위원장은 특히 "헌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부는 행정제도 개편을 통해 근로조건을 바꾸는 합의문에 한국노총 대표자를 불러 도장을 찍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을 가이드라인·지침을 이용해 추진하기로 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파견업종 확대·비정규직 4년 연장 추진 논란

새누리당이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관련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이인제 위원장은 "35세 이상은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4년으로 할 수 있도록 해서 고용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라며 "55세 이상 근로자는 업종 제한 없이 파견을 허용해 이들의 노동력을 산업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게 하면 노동자도 좋고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미애 위원장은 "35세 이상 비정규직이 4년 동안 일한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노사정 합의문 어디에도 재벌대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말은 없다"며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2년을 더 사용하도록 길을 열어 주면 모든 사업장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자리 창출은 재벌개혁에서" … "노동개혁 안 되면 기업 투자 안 해"

추미애 위원장은 노동개혁보다 재벌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방향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조세 감면 혜택을 주고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적절한 과세를 해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정이 합의한 주당 근로시간 60시간을 법에서 정한 52시간으로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제 위원장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압박하니까 그 부담을 중소기업으로 전가시킨 것이 대기업·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노동시장의 안정화·유연화·상생협력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대기업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사정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도 견해를 달리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노동자 1천700만명 중 단 5%만을 대변하는 상황이고 게다가 내부의 3분의 1은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고 있다"며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토론해 나가면서 제대로 된 노동개혁·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노동자 대표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새누리당은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이어받아 정기국회 안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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