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식일정상 마지막날이다. 아직은 합의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예년처럼 법정시한을 전후해서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2016년도 최저임금은 오랜만에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정도의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올해 노동자위원들의 면면은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인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등 최저임금 수준을 절감하는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으로서 대표성 문제를 지적받아 온 게 사실이다. 최저임금 문제에 보다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대표자들을 위원으로 추천한 양대 노총의 결정은 칭찬받을 만하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위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가 내려가면서 최저임금위원회도 함께 이전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인식하지 못한 사실인데, 노동부 바로 옆에 위치한 것은 자칫 최저임금위의 공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다. 공간은 각자의 관계를 대변한다고 하지 않나. 최저임금위만의 독립된 공간을 요구한다.
근본적으로는 최저임금위 위상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해가 갈수록 최저임금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3분의 1을 육박하고, 임금노동자 간 소득격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위 결정이 곧 다음 연도 임금협정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 노사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다. 전체 임금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권리의무 관계를 결정한다. 입법에 비유하면 최저임금 결정은 최고 수준의 입법행위다. 근로시간·임금·휴게 등 노동조건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노동부(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상은 어울리지 않는다. 마땅히 입법부나 입법부의 위임을 받은 기관으로 다시 서야 한다.
결정방식도 노동자 누구나 예견 가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공익위원 구성은 노동부는 물론 개별 위원들의 성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아예 입법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이나 '물가상승률 반영'처럼 참고할 만한 의견도 많다.
당장 급한 것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일이다. 노동계는 오래전부터 시급 1만원을 주장해 왔다. 경영계는 매년 그랬듯이 “5천580원 동결”이다.
정부는 어떤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공언했다. 실로 오랜만에 노동자와 정부가 한편(?)인 듯하다.
문제는 언론이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오래돼 식상한 비논리가 여전하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양 허위광고를 일삼는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절실한 경비업 등에 있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전부 해고를 당할 것”이라며 위기를 조장한다. 비정규직 기간연장과 해고대란을 연결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겁주기가 통하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노총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적용)이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및 계약해지에 미치는 연관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합원들의 답은 의외로 일관되고 명쾌했다.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필자의 아파트도 그러했다. 언론보도는 거짓이었다.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상위 수준의 임금인상보다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한다”는 명제가 확고해지고 있다. 유수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색깔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인정한 사실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우리 정부도 어려운 경제를 살릴 비책으로 꼽지 않았던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것이 경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위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