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곱창집 사장 서윤수씨는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다름없이 매일 15시간씩 서빙을 하고 곱창을 굽는다. 임대료와 운영비·인건비를 빼고 남는 수익은 월 매출의 30%다. 이 중에서도 20%는 건물에서 쫓겨날 때를 대비한 비용으로 묶어 둬야 한다. 서씨는 "우리를 망하게 하는 건 15% 수준인 인건비나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모든 수익이 건물주에게 흘러가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르바이트노조(위원장 구교현)와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소속 자영업자들은 24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동자와 임차상인이 함께 여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씨는 "경영계가 진짜 우리를 위한다면 건물주가 임차상인에게서 부당하게 임대료를 가져가고 강제퇴거를 시키는 문제, 대기업보다 더 높은 카드수수료나 각종 세금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2010년 권리금과 시설비로 3억7천만원을 투자해 가게를 냈다. 2013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날 뻔했다가 어렵사리 재계약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상 5년간은 장사할 권리가 보장된다. 하지만 그 후에 쫓겨나면 다시 투자해 새 가게를 얻어야 한다. 그는 "장사만 계속할 수 있다면 시급 1만원도 충분히 줄 수 있는데 우리를 빌미로 최저임금 동결을 말하는 건 핑계"라고 비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불공정한 경제구조와 저임금 일자리 속에서 함께 가난해지는 자영업자들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모두를 위한 요구"라며 "사용자위원들은 25일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최저임금 동결안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임금 수준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며 대기업과 건물주의 횡포를 근절해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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