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노동조합을 지킨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업체 ㈜EG테크는 지난 2010년 6월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 표창을 받은 업체다. 이번 비극은 정부 인증 노사관계 우수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노조 생기면 도급 해지" 포스코 눈치 보며 노조 압박=11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EG테크는 제철소 부산물인 폐염산(FeClx)을 재생처리하는 업체다. 1995년 삼양산업 사업부로 출발할 때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폐염산 회수처리 업무를 도급받아 운영했다. 폐염산에서 분리된 산화철의 붉은색 입자가 먼지처럼 떠돌아다니는 공장 안에서 10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을 표방한 대표기업인 포스코는 ‘노조 무풍지대’로 통한다. 그런 만큼 원청인 포스코로부터 업무를 도급받아 살아가는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노동계가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조직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2006년 12월 금속노조 EG테크지회가 설립됐다. 하지만 지회는 3년도 채우지 못하고 무력화의 길에 들어섰다. 회사가 2009년부터 고강도 혁신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하청업체가 그렇듯 EG테크 역시 포스코의 절대적 영향권 아래 있다. EG테크를 비롯한 하청업체들은 포스코가 요구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부응할수록 높은 도급단가를 적용받는다. 포스코가 요구하는 KPI 가운데 노사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노조가 생기면 도급계약이 중단될 수 있는 구조다.

2011년 언론에 공개된 포스코 하청업체의 복수노조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각 하청업체들이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건에 따르면 하청업체들은 기존 노조 집행부를 회유하다 실패하면 △민주노조 세력 축소 △비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제2 노조 설립 △제2 노조 교섭권 부여를 통한 민주노조 무력화 수순을 밟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0년 '노사문화 우수기업' 노동부 장관상 수상=EG테크도 다르지 않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당시 EG테크지회 조합원 53명 중 50명을 회유해 탈퇴시킨 뒤 회사노조를 설립하도록 지원하고, 지회에 남은 3명에게도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임금을 낮추는 식의 불이익을 가했다”며 “결국 지회에 고인만 홀로 남은 상태에서 회사는 회사노조마저 해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과정이 지나가고 EG테크는 사실상 무노조 회사로 돌아갔다. 정부는 2010년 EG테크를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노조가 사라진 뒤 회사는 더욱 고강도 혁신에 나섰다. 회사는 현재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고, 성과에 연동된 보상체계를 강화하기로 경영방침을 정한 상태다. 일부 직원의 노동조건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노조가 건재했다면 강하게 반발했을 내용이다.

회사측은 “포스코로부터 안정적으로 물량을 도급받기 때문에 임금체계가 변동되더라도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무노조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한편 EG테크가 추진 중인 임금·보상제도 혁신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과 일치한다. EG테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경영하는 EG그룹의 계열사다. 뿐만 아니라 EG테크 생산공장 안에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대형 영정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로 대통령 일가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수년간 노동자를 학대한 기업의 본사 회장이 다른 이도 아닌 대통령의 친동생”이라며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이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고 고인에 대한 사죄와 문제해결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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