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화장해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 새들의 먹이가 돼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 넘어 들어가 보렵니다.”

회사측의 노조 탈퇴 압박과 직장 내 고립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양우권(50)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의 유서가 11일 공개됐다. 고인은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자 EG테크의 모기업인 EG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지만 회장, 동료 조합원들, 가족 앞으로 각각 한 통의 유서를 남겼다.

노조 지키려 나 홀로 싸웠던 고인 "연대투쟁" 당부

고인은 박 회장을 향해 “한마디로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 당신은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갖춰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도 당신의 자식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로스터(Roster)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원망을 표했다. 고인은 이어 “권력 옆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돼 달라”며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를 지키기 위해 혼자 싸웠던 고인은 동료 노동자들에게 강력한 연대투쟁을 당부했다. 고인은 “강력한 연대와 단결로 투쟁하는 것만이 노동자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길일 것”이라며 “그리하여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노동자 세상을 우리 자녀들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당부했다. 고인은 또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에게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라”며 “멀리 하늘에서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은 노모와 부인, 두 자녀와 며느리, 손자들에게도 유서를 통해 더없는 미안함을 표했다.

노동계 원·하청 사용자 사죄와 산재인정 촉구

전남지역 노동계로 구성된 ‘살인기업 포스코·이지테크 규탄! 비정규직 철폐!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와 EG테크는 열사의 죽음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투쟁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은 무노조·노조말살 기업 포스코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운영하는 EG테크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포스코와 EG테크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 △노동탄압 중단과 재발 방지 약속 △불법파견 중단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과 유가족 배상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이번 비극은 권력형 기업의 잔혹함과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이 빚어낸 참사”라며 “회사측이 유족과 노동자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면 전국적 규모의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10일 오전 전남 광양 자택 인근 공원에서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은 2006년 EG테크분회(당시 지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2010년 5월부터 분회장으로 활동했다. 분회장에 당선된 이듬해 4월 해고됐지만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지난해 5월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광양제철소가 아닌 공장 밖 사무실에 고인을 격리하고, 책상 앞에 CCTV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노조탈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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