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5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금속노련과 화학노련 등 양대 노총 제조부문공동투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노사정 합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들고 서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논의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이 '5대 수용불가 사항' 철회 없이는 시한 내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를 중단하거나 탈퇴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5대 수용불가 사항 철회해야"=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지역본부·회원조합 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이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사회안전망·노동기본권 확대 강화 등 노동현안 과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위 논의는 계속 진행하되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에서 진전된 안이 나올 경우 중집을 다시 소집해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정리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파견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근로 연장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를 위한 행정개입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28일 5대 수용불가 사항을 협상단에 전달하고, 정부·경영계가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합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중집위원들에게도 이런 원칙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실제 비공개로 1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중집위원들은 정부와 재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정부의 관변단체냐"며 "(노동계가) 5대 수용불가 내용을 화두로 던졌으니 저쪽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사회적 대화는 없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산별연맹 위원장도 "밀릴 이유가 없다"며 "노동절에 노동자대회를 열심히 하고, 우리의 요구를 안 들어 주면 파업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중집위원들이 "한국노총이 협상 중단을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무 자르듯 자르지는 말자", "우리가 먼저 (협상을) 깨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협상 병행"=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김동만 위원장은 1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전남(2일), 대구(6일), 인천(7일), 대전(8일), 충북(9일), 제주(10일), 울산(13일), 경북(14일), 전북(15일), 부산(17일), 충남(21일), 경기(22일), 강원·경남(미정)을 순회하며 노사정위 논의내용을 설명하고 투쟁을 조직할 예정이다. 중집위원들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및 임단투 승리를 위한 5·1 전국노동자대회'는 12만명 규모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각 지역본부에서 분산 개최하는 안건이 제출됐으나 수정 의결됐다.

한편 이날 회의 초반에는 노사정 합의 반대를 촉구하는 화학노련·금속노련 조합원 50여명과 공공연맹 조합원 20여명이 피켓을 들고 참관했다. 이들은 위원들이 노사정 안건 심의를 시작하자 퇴장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노총이 큰 대의를 갖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과 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 더 나아가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정년연장 문제를 노사정 협의체에서 논의했지만 안타깝게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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