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당초 계획했던 논의시한을 넘겼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의견접근에 실패한 핵심쟁점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조율하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한국노총 “5대 수용불가 사안 철회없이 3월 합의 못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31일 오후 5시께부터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노동시장 구조개선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조율에 들어갔다. 동시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간사와 전문가그룹 간사 8명으로 구성된 연석회의도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 1시를 넘어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특위 전체회의에도 비정규직 사용기간 확대와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접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협상이 난항에 봉착함에 따라 대표자들이 나서 해결해 달라는 뜻으로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대표자회의에 앞서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회의결과 노사정 대화는 지속하되,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 사안을 정부·재계가 철회하지 않으면 3월 내 합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이 설정한 5대 수용불가 사안은 △기간제 기간연장·파견대상 업무 확대 △주 52시간 이상 근무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근로 연장 △임금피크제 의무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다.

노사정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의제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 합의는 불가능하다. 31일까지 △통상임금·정년연장·근로시간(3대 현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에 대해 합의하기로 했던 노사정위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에 집착하는 정부

노사정은 대표자회의를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의 돌파구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다.

지난 30~31일 진행된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서는 일정정도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12월에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준하는 수준의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하지만 노사정 협상은 주고받는 '패키지딜'을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해소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노총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목한 의제들은, 재계 입장에서는 반드시 관철시키려 하는 의제들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조건 조정·해고를 위한 절차·기준 마련,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은 정부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노동부 측은 30~31일 특위회의에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은 추후 논의과제로 미룰 수 있지만, 저성과자 근로조건 조정을 위한 절차·기준 마련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규제완화보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에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강경드라이브 거나

노사정이 시한 내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향후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원칙과 기본방향 합의’에 대한 부담으로 합의 실패 이후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던 노동부와 노사정위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합의시한은 넘겼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합의 로드맵을 다시 짜거나, 시한 연장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다시 시한을 못 박으면서까지 합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한편에서는 시한 내 합의에 실패한 것을 계기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업무 확대 △차별시정 대리 신청 보장 △저성과자 고용조정 기준 마련 등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31일 진행된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기재부나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들은 비정규직 사용규제 완화와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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