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15미터 높이의 전광판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정기훈 기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 노동자들이 결국 15미터 높이의 광고탑에 올랐다. 농성자들은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고 장기파업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8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이날로 사흘째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15미터 높이 광고탑에서 농성을 벌였다. 지난 6일 새벽 광고탑에 오른 노동자는 SK브로드밴드 인천계양센터 개통기사 장연의(42)씨와 LG유플러스 전남서광주센터 수리기사 강세웅(45)씨다.

노조는 "파업은 길어지는데 사측은 교섭을 질질 끌며 노조가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고공농성은 원청인 통신대기업들이 사용자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설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지난해 3월 노조 결성 이후 생활임금과 고용보장, 다단계 하도급구조 개선을 포함한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같은해 11월 파업에 돌입했고 올해 1월부터는 협력업체 교섭대리인 한국경총과 집중교섭을 벌이고 있다. 노사는 집중교섭 기간에도 임금이나 다단계하도급 금지 같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대 쟁점인 임금과 관련해 노조는 고정급(기본급) 중심 임금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기간 생계곤란 조합원을 위한 노사화합격려금과 지난해 임금인상분 소급적용, 복리후생기금·체불임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은 고정급과 변동급(실적급)으로 구성된 임금체계에 추가수당을 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비용이 과도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경총은 개통기사의 기존 임금총액에서 정규직 전환시 발생하는 비용(4대보험 회사부담분 등)을 빼고 추가수당을 얹어 주는 사실상 삭감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다른 기금에 대해서는 계속 양보안을 제출했는데 요구가 과도하다는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협력업체 비용·업무 결정권을 가진 원청이 교섭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대리인을 내세우면서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하늬 노조 공동위원장은 "우리 요구는 소사장한테 수수료를 떼이고 않고, 일감 뺏기에 시달리지 않도록 임금과 노동자성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을 수백 억원씩 쌓아 놓은 통신대기업이 밑바닥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를 비롯한 통신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3차 오체투지 행진단은 고공농성이 시작되자 2일차 오체투지 행진 일정을 취소하고 광고탑 아래로 집결해 종일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한편 경총은 고공농성 돌입 직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희망연대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불법점거 등 극심한 불법행위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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