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연대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와 통신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3차 오체투지가 첫날부터 경찰 저지로 차질을 빚었다.

비정규·정리해고 노동자로 구성된 오체투지 행진단과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는 5일 국회 앞과 서울 목동 스타케미칼 본사 앞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3차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번 행진에는 기륭전자분회·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장기파업 중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국회에서 출발한 행진단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 포위 1인 시위를 벌인 뒤 행진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국회 앞에 경력을 배치해 정문 앞과 국회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원천봉쇄했다. 경찰은 행진단의 1인 시위 계획을 문제 삼으면서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 구호를 외치면 불법집회가 되니 20명만 모여 기자회견을 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술 냄새를 풍기는 경찰 관계자가 "불법집회로 사법처리할 테니 법정에서 보자"고 말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서영섭 신부를 세게 밀쳐 행진단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서 신부는 "공무원이 술 냄새를 풍기며 현장에 나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복무윤리에 어긋난다"고 항의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소속으로 알려진 이 관계자는 "술은 어젯밤에 마셨다"고 주장했다.

행진단은 "통행을 허용하고 행진일정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연좌했다. 경찰은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방송차량을 견인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참가자 6명이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행진단에 참가한 SK브로드밴드 서대문서비스센터 소속 김아무개씨(49)는 "통신비정규직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노숙농성에 이어 오체투지까지 나섰다"며 "문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무조건 막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오체투지 행진은 이날 오후 늦게야 시작됐다. 3차 오체투지 일정은 7일까지 진행된다. 행진단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를 거쳐 SK서린빌딩으로 행진한다. 마지막날인 7일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인 시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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