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지수·이보성씨

22일 아침 8시, 서울시 여의도동 엘지트윈타워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엘지유플러스가 지난 19일부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희망연대노조 엘지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지부장 경상현) 농성장 앞에서 ‘그린캠페인’을 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사무분위기 조성 목적”이라고 신고된 이날 캠페인이 농성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합원들도 각자 출근길에 나섰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은 경기 용인서비스센터와 광주하남서비스센터 소속 조합원들은 농성장에 남았다. 각각 용인지회장·광주하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AS기사 이보성(37)씨와 김지수(34)씨를 <매일노동뉴스>가 만났다.

◇'자뻑'에다 수수료 까이면서 일하는 기사들=이보성씨는 11년차, 김지수씨는 7년차 AS기사다. 식사도 거르고 24시간 대기하면서 고객 호출에 응했던 시간이다.

"심할 때는 1시간에 4~5건씩 업무가 떨어져요. 밤에도 호출이 오면 무조건 가야 합니다. 사무실은 저녁 7시면 닫으니까 각자 자기 차에서 대기해요. 기름값 아끼려고 에어컨도 못 틀고 땀 뻘뻘 흘리면서…."

이보성씨의 말이다. 이씨는 올해 2월 아파트 지하에서 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 다리가 퉁퉁 부었지만 쉴 수는 없었다. 이씨의 업무를 다른 기사들이 떠맡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AS기사들은 고객이 예약시간을 미뤄도, 고객평가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지 못해도, 인터넷전화나 TV 가입 영업실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수수료를 차감당한다.

김지수씨는 "평가항목 마이너스 1점당 2만원씩 까이고, 영업실적은 '자뻑'(자기명의 상품가입)을 해서 채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집에 070 전화가 서너 개씩은 있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센터 쪼개고 업무 배제, 그리고 외주 인력 투입=김씨가 다니던 광주하남서비스센터는 7월에 쪼개졌다. 소위 '마이크로센터정책' 때문이었다. 센터는 폐업하고, 여주·이천 등 4개 담당지역은 인근 센터들에 흡수됐다.

사측은 조합원 9명에게 "센터 규모가 축소돼 수익이 안 난다"며 업무변경과 급여삭감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거부했다. 김씨는 "기름값·통신비를 빼면 한 달에 60만에서 100만원 정도 남는데 이런 계약서를 어떻게 수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비조합원들만 고용승계하는 식으로 조합원들을 내쳤다. 김씨는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 업체들이 퇴직금을 안 주려고 1년을 채우기 전에 폐업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노동부에 진정하자 사측은 계약서를 빌미로 돈을 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160만원짜리 근로계약서랑 70만원짜리 도급계약서를 같이 썼어요. 사측이 근로계약서대로 퇴직금을 160만원만 주겠다고 하다가 나중에 법적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면 전액 주겠다고 하더라고요."(김지수씨)

이보성씨도 7월부터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용인센터측은 7월부터 갑자기 개통(설치) 기사들의 회의 참여를 배제하고 근무체계를 변경하려 했다. 외부 직원이 업무를 하는 것도 목격됐다. 조합원들이 이에 반발하자 이들의 기사 코드를 삭제했다.

"기사들은 PDA로 업무를 배당받는데, 코드가 없으면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없어요. 사실상 퇴직입니다. 그런 뒤 외주인력을 투입하더군요."(이보성씨)

김씨와 이씨는 사태의 원인을 원청이 주도하는 노조탄압에서 찾았다.

"용인센터에서 조합원들이 쫓겨나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모집된 외주 인력들이 기존 인원보다 더 많이 투입됐습니다. 1인당 일당으로 20만원에서 25만원을 받아 갔어요. 타지에서 온 직원한테는 생활정착금이라며 100만원씩 더 줬어요. 원청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이보성씨)

김씨 역시 "본사에서 온 QM(QUALITY MANAGER)이 센터에서 회의·교육을 주도하고 업무지시도 한다"며 "원청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들의 소원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날을 떠올리며 생애 첫 노숙농성을 감내하고 있다.

"수입이 끊겨 힘들지만 원청 본사까지 와서 하고픈 말을 다 하니까 좋네요. 그동안 너무 참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겁니다."(김지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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