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종단 이주ㆍ인권위원회 대표들이 12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종교계가 이달 17일로 시행 10년을 맞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교계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착취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4대 종단(조계종·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천주교·원불교) 이주·인권협의회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각 단체 대표들은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자발적 사업장 변경을 금지당해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출국만기보험(퇴직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수령할 수 있도록 바꿔 퇴직금마저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고용허가제가 인간의 기본 존엄성,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인권을 보호하는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이주노동자의 작업장 이동 자유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철회 △농축수산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방지와 제도개선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이주민센터 '천안모이세'의 여경순 소장은 "사업주가 퇴직금을 한 푼도 적립하지 않은 것을 계약만료 후에 알게 된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찾아왔으나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며 "고용허가제는 10년간 개정을 거듭했지만 이런 문제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원정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 종속됐고, 한국인과의 차별을 명시하는 태생적 약점을 갖고 있다"며 "더는 개선의 여지가 없고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4년 8월에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제도와 달리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고용허가제가 체류기간뿐 아니라 단체행동과 사업장 이동을 제한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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