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24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라고 통보했고 이번 판결은 통보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이었다.

판결 요지는 전교조가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노조에 가입한 경우 이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 입장에 따른 비난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시기와 관련해서는 좀 더 기다렸다 선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이미 관련 규정에 관해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혼란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물어볼 수도 있지 않았나.

이번 판결은 유난히 법률 자구에 충실하다. 노동조합에 '근로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있다면 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그런데 모든 법률 해석은 입법 목적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금지하는 입법 목적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혹여 교원이 아닌 자가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법리다.

이 사건을 보자. 법원의 논리라면 해직당한 선생님 몇 분이 활동하고 있어서 전교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심히 훼손되고 있는가.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노조활동을 하던 중 해고당한 분들이라면 전교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교원노조법을 이 사건에 적용하려면 조합원 중 전혀 교사와 무관하거나 사용자측을 대변하는 자가 활동하는 경우에야 가능하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노동관계법에서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넓혀 오던 사법부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른바 서울여성노조 사건(2004년)부터 최근 청년유니온 사건 및 동부발전 사건(2013년)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하는 근로자의 범위에 비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한 사용종속 관계를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등 단위기업을 넘어 노동조합이 구성되는 경우는 아예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전교조가 어느 수준에서 구성됐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이러한 법리를 적용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1심 판결은 내려졌다. 전교조는 1심 판결의 집행정지를 구하고 항소한다는 소식이다. 부디 항소심에서는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판결이 나오길 희망한다.

이번 판결을 좇아 올라가면 입법(제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전교조 사건은 이미 노동부의 잘못된 처분의 당부를 따지는 것을 넘어섰다. 우리 노동현장 내 모든 노조들의 운영에 관한 문제다. 현행 노조법을 그대로 두고서는 그 어떤 노동조합도 법외노조가 될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지 않겠나.

돌이켜 보면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교원노조법과 노조법에서 정한 조합원 범위를 개정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마도 노동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수를 점할 것이다. 앞서 예를 든 법원의 최근 판결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조차 해직자도 조합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권고까지 한 마당이다. 현행법이 국제기준(ILO 협약)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노조법 개정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물론 현재 입법부를 믿기 어렵다. 당장 필요한 것은 행정이다. 노동부가 신속히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해야 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실익이 그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 보면 15년 넘게 적법한 노조로 인정해 왔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노동부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를 보호하는 본분으로 돌아가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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