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염호석(34)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시신을 경찰이 강제로 이동시키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오후 늦게 300여명의 경력을 염 분회장 시신이 안치된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투입, 고인의 시신을 강제로 빼냈다. 시신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산시 금정구 행림병원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력은 이날 오후 6시15분께 갑자기 장례식장에 들이닥쳐 시신 강제이동을 시도했다. 당시 장례식장 주변에 있던 지회의 수도권지역 조합원 50여명이 이를 막아서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지회 조합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면서 충돌이 이어졌고, 밤 8시께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뒷문을 이용해 시신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날 시신을 강제이동 시킨 것은 삼성전자서비스측과 보상에 합의한 것으로 보이는 유족이 시신 인도요청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부친인 염아무개씨와 생모는 각각 17일 밤과 이날 오전 지회와 함께 “이후 장례절차 일체를 지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썼다. 그러나 염씨가 이날부터 심경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확약서 내용과 달리 “가족장으로 발인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회는 “고인의 부친이 장례식장 주변에서 신분을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접촉을 하는 것이 발견되더니 급기야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위영일 지회장은 “부친이 삼성측과 구체적인 보상액수에 합의했으니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염씨가 입장을 바꾼 것을 알고 지회 조합원들이 오후 5시께부터 무릎을 꿇고 장례절차를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도 설득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경찰력이 난입해 시신을 강제로 옮겼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지회에 장례절차를 위임했다는 확약서에도 유족이 시신인도 요청을 했다면 확약서 효력은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경력을 신속하게 투입해 시신을 강제 이동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회 관계자들은 “경찰이 시신인도 요청을 집행하기 위한 사전설명이나 영장조차 보여 주지 않았다”며 “군부독재 시대에나 발생한 시신탈취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고인의 부친이 마음을 바꿨더라도 (부친과 이혼한) 생모의 위임 확약서는 유효했기 때문에 유족 간 협의가 필요했다”며 “그런데도 경찰이 무리하게 경력을 투입해 시신을 탈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시신이 부산으로 강제이동 됨에 따라 빠르면 19일 오전 장례식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회는 장례절차와 무관하게 19일부터 전면파업과 서초동 삼성본관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 삼성전자서비스의 공개사과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위영일 지회장은 “유족은 고인의 유언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유언대로 노조활동 보장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염호석 분회장은 유서에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하여 이곳(강원도 정동진)에 뿌려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스스로 목숨 끊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경찰이 장례식장 난입해 시신 강제이동 ‘충격’
삼성측과 보상 합의한 유족이 시신인도 요청 … “군부독재 정권의 시신탈취나 마찬가지”
- 기자명 김학태
- 입력 2014.05.19 23:35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