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철도노동자들이 열차와 철로를 떠났다. 12일 4일째를 맞았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각 지부별로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파업에 참여하게 됐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한 수련원에서 파업 중인 기관사들을 만났다. 철도노조 성북지부 기관사 30여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가족 걱정은 하지 말고 이기고 돌아와”

이들은 파업 중이 아니었다면 1호선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 위해 기관사실에서 연방 페달을 밟고 있었을 기관사들이다. 최성묵 기관사는 “첫 차에 타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일터로 데려다 주고,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사들은 요즘 운전 대신 ‘철도 민영화’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의 철도·지하철 민영화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중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동료들과 토론을 한다. 평소라면 근무스케줄이 맞지 않아 얼굴 보기도 힘든 동료들이 파업 때문에 모처럼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파업 중인 철도기관사들이 숙식하는 방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조합원들은 가족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한다. ‘자리’를 걸고 파업에 나선 터라 앞으로의 생계 걱정을 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런 탓에 가족들 이야기를 꺼내자 방 안 공기가 금세 무거워졌다.

22년차 기관사인 박성수 승무지부장은 철도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세 번의 파업을 겪었다. 파업 때마다 여론은 노조의 편이 아니었다. ‘귀족노조’, ‘밥그릇 싸움’ 등 비난 섞인 수식어들이 파업 때마다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달랐다. 수서발 KTX를 분할시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지부장은 “가족들이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서 파업이 불가피하고 정당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해고를 각오하고 파업에 나섰는데도 아내가 많이 안정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 멀리서 응원해요”라고 프랑스 유학 중인 딸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김용진 조합원은 “몇 천명이 직위해제 됐던데요. 아빠 힘내세요”라고 아들이 보낸 카카오톡을 보여 줬다. 김씨는 “부모님도 속으로 애가 많이 타시지만, 더 걱정시킬까봐 일부로 모른 척하신다”고 털어놨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조합원들은 “우리 아내는 가족 걱정하지 말고 이기고 돌아오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밥그릇 아닌 안전 때문에 한 파업, 함께 돌아가자”

기관사실을 잠시 떠났지만 기관사들의 스마트폰은 쉬지 않고 울렸다. 회기역 인근에서 1호선 열차가 고장 나서 멈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3.2제곱미터(4평) 남짓한 방 안이 웅성거렸다. 일손을 놓았어도 마음은 기관사실에 있었다. 조합원은 파업 4일 동안 미숙한 대체인력으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연일 걱정이었다. 최성묵 조합원은 “(철도동력을 공급해주는 부품인) 유니트가 한꺼번에 고장 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장아무개 조합원은 “KTX 분할은 코레일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닌,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 파업”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기관사들 역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기 때문에 파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필수유지업무 인력으로 분류돼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은 파업에 나선 동료들이 걱정이다. 엄동설한의 날씨에 동료 조합원들이 열차와 철로가 아닌 거리로 나간 터라 조합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일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에 해당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김용정 조합원은 이날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몇 년을 같이 일한 동료들이 해고될 각오를 하고 파업에 나섰으니 일하다가 울컥할 때가 많다”며 “마음은 함께 있고, 일 끝나면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낮 12시에 의정부를 떠나 양주에 위치한 모처로 이동했다. 박성수 지부장이 “언제까지 파업에 있기로 했습니까”라고 묻자 조합원들은 “이기는 날까지 있겠다”며 “힘차게 투쟁”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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