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수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아3353 집행정지

1. 사건의 개요

가. 전국교직원노조는 1999년 6월27일 규약을 개정해 부당해고 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부칙 제5조를 신설했고, 같은해 7월1일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나.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9월23일 전교조에게 현직 교원만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10월23일까지 ① 부칙 제5조를 삭제하고 ② 해직자 9명을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했다.

다. 전교조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고용노동부장관은 10월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등에 따라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2.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3일 본안사건의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결정을 했는데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서울행정법원 2013.11.13 2013아3353 집행정지 결정).

가.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 신청인(전교조)은 교원노조법 등에 따른 노조활동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게 되고 이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발생의 우려).

나. 피신청인(고용노동부장관)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다 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신청인은 14년 동안 교원노조로 활동하고 조합원이 약 6만명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을 경우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한 집행명령인지 명확하지 않다. … 노조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 해당하면 문언에 따라 곧바로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위 규정 각 목에 해당하더라도 위 규정과 노조법의 입법목적, 취지 및 내용에 비춰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경우에만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본안 청구의 승소 가능성).

3. 평석

가.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상 근거 부존재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은 반드시 법률로 제한해야 하고(헌법 제37조 제2항),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75조). 노조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지 ‘법률’이 아니므로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할 수 없고, 법률인 노조법에서 행정관청에게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하거나 관련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 규정은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손꼽히던 옛 노조법의 노조 해산명령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제도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같은해 11월 여야 합의로 삭제됐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8년 노태우 정부가 국회 심의를 피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시킨 것이 바로 현재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다. 입법연혁만 놓고 보더라도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모법의 위임 없이 제정돼 무효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집행명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률의 위임 없이 행정관청이 직권으로 제정하는 집행명령으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려면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① 노조에게 시정요구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② 법내노조로서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그 성격상 집행명령으로 볼 수 없고 법률의 근거가 필요한 위임명령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법적 성격과 효과 등을 고려해 위 규정이 집행명령에 불과하다는 신청인의 주장을 배척했고, 헌법상 법률유보원칙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고려한 타당한 결정이다.

나.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의 해석방법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을 노조가 갖춰야 할 적극적 요건이라고 한다면, 단서에서 정한 사항은 이를 갖춰서는 안 될 소극적 요건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의 소극적 요건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실질적 요건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될 수 없는지 문제된다.

형식설은 노조의 실질에 관계없이 소극적 요건의 어느 하나에만 해당되면 노조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반면 실질설은 소극적 요건은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에서 정한 적극적 요건을 판단하는 예시에 지나지 않으므로 노조의 실질에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로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통설, 그리고 판례의 입장이다(서울고법 1997.10.28 97라94 결정, 일본 千葉地判 1960.12.6 勞民集 11 6 1397).

서울행정법원은 형식설에 입각해 해직자 9명이 있으니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 따라 무조건 법외노조로 보아야 한다는 신청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전교조가 그 실질에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곧바로 법외노조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존의 통설, 판례인 실질설과 입장을 같이하고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이라는 헌법과 노조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타당한 결정으로 보인다.
4. 결론

고용노동부는 해직자 9명이 있으니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교조는 설립신고 이후 14년간 활동을 해 왔고 6만여명의 조합원이 속해 있다. 6만명 중 9명, 0.1%도 아니고 0.015%가 문제가 되니 나머지 99.985%의 단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다. 국제교원단체총연맹(EI), 국제노총(ITUC), 국제노동기구(ILO)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나서 교원과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게 거듭, 그리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가 눈엣가시더라도, 전교조를 법이 보호하는 울타리 밖으로 내쫓고 싶더라도 최소한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논의를 거쳐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힘겹게 쌓아온 법치주의의 최소한이고, 글로벌스탠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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