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광복절을 나흘 앞둔 11일 방년 8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일본 정부에 사과를 재차 주문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할머니들께서 역사의 멍에를 떨치지 못한 채 돌아가시는 가슴 아픈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로 할머니들 가슴에 진정한 기쁨의 광복이 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용녀 할머님이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일본당국의 공식적인 사과를 듣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 하셨다"며 "이제 일본군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증언을 해주실 할머님도 몇 분 남지 않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부끄러워할 줄조차 모르는 일본은 역사가 바로서야 그 나라에 미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가슴 속의 억울함 만이라도 풀어드릴 수 있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유선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청계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세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억인 서명 운동 성사에 적극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당 지도부는 이날 경기의료원 포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용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1926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이용녀 할머니는 16세에 미얀마 양곤에 끌려가 4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1946년 귀국한 그는 합병증에 시달리면서도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서 증언해 승소를 이끌기도 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핵협의회는 1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하는 제1천87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이 할머니를 기리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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