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MSO) 업체인 (주)티브로드홀딩스가 위장도급 형태로 협력업체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개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5월20일부터 같은달 31일까지 티브로드 본사와 계열사·도급업체(기술센터·고객센터) 등 41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살펴본 결과 기술센터 7곳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기술센터 15곳과 고객센터 3곳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한 사례도 상당수 적발됐다.

장시간 노동 관행도 심각한 수준이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 일주일 평균 5.9일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 케이블업계의 실적경쟁과 맞물리면서 노동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중소도시에 있는 티브로드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박아무개씨는 “티브로드가 매달 영업목표치를 내려보내는데, 하루치라도 목표에 미달하면 집에 갈 수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내나 지인의 이름을 빌려 케이블방송에 신규가입을 하는 식으로 실적을 채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실적을 채우고, 매달 자신의 급여에서 방송료를 지불한다는 설명이다. 케이블업계에서 이른바 ‘자뻑’으로 불리는 관행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버는 수익은 한 달 평균 232만3천원 정도다. 부가세를 비롯한 제세공과금이 포함된 액수다. 제세공과금을 뺀 실수령액은 210만6천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월평균 임금 299만5천원에 크게 못 미친다.

아웃소싱 뒤에도 원청 입맛대로 '늘렸다 줄였다'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해진 배경에는 케이블업계의 과당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1천489만여명으로 2010년 12월에 비해 19만명 감소했다. 최근에는 IPTV와 위성방성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방송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핵심관리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해 왔다.

지역의 유성방송을 통합해 온 티브로드는 2010년 5월 케이블 설치기사 1천500명을 한꺼번에 개인사업자로 등록시키는 등 대대적인 외주화에 나섰다. 이들은 기존처럼 티브로드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반면 노동조건은 열악해졌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일고 언론에까지 보도되자 티브로드는 개인사업자를 다시 외주업체 직원으로 전환했다. 그중 일부는 고객센터로, 일부는 기술센터로 배치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위장도급 의혹을 제기한 고객센터와 기술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티브로드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헤쳐 모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티브로드는 올해 초 고객센터에 대한 단계적 축소방안을 내놓았다. 본사 사업부에서 고객센터로 내려가는 사업비를 기존의 6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사실상의 대량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올해 3월 티브로드 협력업체노조(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가 만들어졌다.

노조 만들었더니 위장도급 흔적 지우기?

노조설립 효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조가 만들어지자 티브로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정기교육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대전 흥국생명연수원에서 진행하는 협력업체 정기교육을 중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티브로드 본사에서 파견돼 협력업체에 상주하던 직원이 본사로 돌아갔다. 노조가 생기자마자 위장도급 논란이 될 만한 정황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동민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 사무국장은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직원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본사 사업부에서 나온 업무지시를 센터장을 통해 전달받고 있고, 지금도 본사로부터 매달의 업무목표치를 하달받고 있다”며 “아무 권한이 없는 센터장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티브로드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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