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 종합유선방송사업(MSO) 업체인 (주)티브로드홀딩스가 ‘바지사장’을 내세운 위장도급 형태로 협력업체를 운영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들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지급하며 노조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력업체들은 이와 함께 올해 5월 티브로드 본사와 계열사·협력업체 등 41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에 앞서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기본급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감독 이후 노동부가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고 시정조치를 내릴 것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기본급을 삭감해 이를 토대로 산정되는 각종 수당을 줄이려 한 것이다.

협력업체들은 특정수당의 명칭도 변경했다. 통상임금에 포함될 여지가 높은 수당의 이름을 바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임금 소송에 대비하고, 통상임금을 줄여 제 수당과 퇴직금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25일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녹취자료와 임금명세서를 공개했다.

"노조 생기면 센터 몇 개 날아갈 것"

“티브로드의 모태가 태광이죠. 원래 태광에서 노조가 성공한 적이 없어요. 노조가 확산되면 선두에 선 센터(협력업체)들 몇 개 날려 버리지 않을까 합니다. 본사(티브로드)에서도 대응 많이 하더라고요. ‘점차 나아지지 않겠냐. 잘 설득해라’고.”

지난 3월26일 티브로드의 A협력업체 센터장이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티브로드가 협력업체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사업비 감축계획을 내놓고, 이를 계기로 티브로드 협력업체노조(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가 만들어진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티브로드가 협력업체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같은달 29일 또 다른 협력업체에서도 조합원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 있었다. B협력업체 센터장은 “티브로드하고 나하고 용역계약이 1년 단위로 돼 있는데 문제가 생기면 중간에 얼마든지 해지할 수 있다. (단체)행동을 했을 때 그걸 다 들어주느냐. 그렇지 않을 것이다. 노조를 했을 때 여러분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며 금품까지 제공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노조를 탈퇴한 C씨는 “노조를 탈퇴하면 기름값을 챙겨주겠다고 했다”며 “2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노조를 탈퇴한 D씨 역시 “노조를 탈퇴한 다음날 (센터장이) 기름값에 보태 쓰라며 2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넘어 뒷돈까지 주면서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한 이 같은 행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위장도급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근로조건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원청 사용자에게도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엉터리 자료에 놀아난 노동부

티브로드 본사와 계열사·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을 전후해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임금명세서에 따르면 4월에는 140만원이었던 기본급이 근로감독 직전인 5월에는 102만1천700원으로 크게 줄었다. 통상임금에 산정될 수 있는 ‘경력수당’을 ‘기술수당’으로 바꾸는 꼼수도 등장했다.

기본급과 통상임금을 줄이면, 근로감독 이후 노동부로부터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급명령이 내려오더라도 회사가 받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다. 협력업체들이 왜곡된 자료를 노동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행정력을 비웃은 것이다.

잘못된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근로감독 결과 노동부는 “협력업체 7곳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협력업체 18곳(기술센터 15곳·고객센터 3곳)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은폐된 위법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녹취록에 따르면 협력업체들은 근로감독으로 적발된 미지급 금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뒤 다시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요구를 거부하면 내년 연봉협상에 반영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전후해 티브로드 협력업체에서 벌어진 각종 부당노동행위는 협력업체 센터장들이 ‘바지사장’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의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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