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을 넘긴 최저임금 심의가 4일 오후 재개된다. 노사가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성)에서 880원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박근혜 정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합리적 수준은 얼마?=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3월29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면서 예년과 다른 주문을 했다. 방 장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고, 향후 5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분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을 심의해 달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했던 내용이다.

방 장관의 주문은 최저임금 협상 내내 쟁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웃돌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법에 근거하지 않는 요구사항"이라며 애써 무시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7%, 2.7%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소한 4.4%는 넘어야 한다.

여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소득분배율이다.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인 노동소득분배율은 2010년 36년 만에 최악인 58.9%로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 6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김수현 연구원은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데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을수록 소득불평등이 높은 사회"라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10년 다시 2만달러로 복귀했지만 소득증가분이 노동자들의 몫으로 분배되지 않으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임금증가로 이어져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박근혜 정부의 분배정책을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는 뜻이다.

정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을 주시하고 있다. 방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 달라, 내려 달라 하는 것은 공정성과 중립성에서 어긋나지만 장기적이고 넓은 방향성을 최저임금위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합동브리핑 자리에서 방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인상 폭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하고 플러스 알파 부분인데, 알파 부분은 노동소득분배율이나 장기적으로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의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산층 70% 복원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뒷짐 진 공익위원에 쏟아지는 비판=청년유니온 등 10여개 청년·노동단체는 이날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소속된 5개 대학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저임금 결정이 법적시한을 넘기며 지연되는 데에는 사용자위원들이 1%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정부 추천으로 심의에 참여하는 공익위원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준성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협상이 개시된 지 100일 가까이 되도록 중재안을 내놓지 않고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위원과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요구하는 근로자위원이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공 위원들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위가 이번에도 제 기능을 못하면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위가 4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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